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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E May 03. 2017

로마의 오후 6시


거진 십사 년 만에 학창 시절 옛 친구를 만났다. 페이스북과 인터넷을 통해 나의 (비교적) 탈사회 적인 행적들을 인상 깊게 봤다는 녀석은, 지난 몇 년간의 내 이야기를 경청하더니 정작 내가 저녁 6시에 정확히 퇴근하고 온 것을 부러워했다. 내가 그렇게나 길고 버라이어티 한 이야기를 했는데도 말이다. 기분이 묘했다. 고작 정시에 퇴근하는 것을 부러워해야 하는 세상이라니.

어느 책에서 본 것처럼, 내가 본 가장 게으른 사람들의 나라는 역시 이탈리아다. 수년 전의 기억이지만 아직도 생생한, 오후의 햇살이 가득한 로마의 거리와 카페에는 도시의 사람이란 사람은 모조리 나온 것 같았다. 넥타이를 매고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정말이지 쉬는 틈틈이 잠깐씩 일하는 것 같던 사람들. 아침이면 점심에 대해 얘기하고, 점심에는 저녁에 나올 요리를, 저녁에는 곧 있을 주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그러다가 해가지면 볼에 키스를 나누며 각자 집으로 돌아가던 사람들. 햇살이 부드러운 질감으로 바뀌던 오후 6시. 그들에게는 별 것 아닌, 너에게는 그토록 완벽했을 로마의 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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