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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E Nov 07. 2017

개인의 취향


아마존 으로 흘러가는 지류 입구에 위치한 시골마을 테냐


에콰도르에 머무는 동안, 준의 아버지 친구분 초대로 테냐(Tena)라는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아마존의 수 많은 줄기 중 하나를 붙잡고 위치한 작은 마을이었는데, 거리는 언제나 물기를 머금은 낙엽과 벌레들로 가득했고, 도로가 제대로 깔리지도 않아 온 마을이 진창인 곳이었다. 제대로 벽돌을 쌓아 올린 집이 없던 탓에 무너져 가는 건물을 복구하고 도로를 까는 일이 한창이었고, 밤 8시가 되면 가로등 불빛 하나 없이 온 세상이 까매지는 그런시골이었다.


아저씨는 교회를 운영하며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선교사였다. 나는 이틀간, 그곳에서 적도에서 나는 모든 과일이 올려진 아침상을 받으며 한가로운 한 때를 보냈는데, 온통 아이들과 노인 뿐인 교회에서 코이카 단원으로 파견 온 한국인 청년을 만났다. 그는 이제 막 테냐에서 1년을 넘긴 상태였는데,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서 1년을 더 처박혀야 하는 현실이 고달파 보여, 먼저 술 자리를 권했다.

 

“어때요? 지내보니까? 2년이나 보내기에는 너무 할게 없는 곳 같은데”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괜찮아요. 오히려 한국으로 돌아가는게 끔찍할 정도로 여기가 좋아졌죠.”


나는 이해가 안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에콰도르와 테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물었다.


“그냥 어느 순간 좋아졌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좋고, 여유롭고 선한 미소를 흘리는 사람들,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도 재밌고. 이런 곳에서 평화롭고 천천히 살아가고 싶은데, 한국에 가면 내가 그러고 싶다고 해서 그럴 수 없으니 가기가 싫은 거죠. 이제 한국사람들의 모든 행동에 공감이 안가요. 뭐, 이런 것도 취향이니까…”


취향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말을 끊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 수는 없잖아요. 한국처럼 가진 것 없는 나라에서, 사람들이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빈둥거렸다간 여기 사람들보다 더 혹독하게 살아야했을 거에요. 누군가는 노력을 해야 하고, 대의를 위해, 목적의식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야죠. 그래서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고, 그런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아니 인류를 발전시켜 왔고…”


나는 목적 없이 그저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의 말로가 어떤지를 아프리카에서 수도 없이 보았다. 가진 것이 없다고,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뻔뻔함을 넘어 죄악이다. 그것을 ‘취향’ 이라고 말하다니. 이때 즈음, 준은 포기했다는 듯이 입에 담배를 문 채 멀리 옮겨 앉아 축구를 보기 시작했다.


“그 말도 맞아요. 그치만 그건 너무 거창하기만 하고 이상적인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그렇게 대의를 위해 살 필요는 없잖아요. 누구나 한번 뿐인 인생인데, 그걸 ‘다음’을 위해 사용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과연 모두에게 행복한 결론일까요?"


나는 귓가에 강한 충격을 받은 것처럼 멍해졌고, 그의 말은 이어졌다.


“발전을 목표로 하는 자본주의. 좋아요. 그런데 어떤 사회에서 비싼 차를 모는 일부를 위해, 값싼 차를 모는 많은 사람들이 더 열심히 돈을 벌어서 비싼 보험에 가입해야만 한다면, 그건 대의가 아니라 슬픈 거죠.”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슬프게도, 내가 그의 말에 공감한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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