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유비, 소화고성에서 천하를 꿈꾸다

소화고성(가맹관)

by JUDE

소화고성(昭化古城)의 옛 이름이 바로 그 유명한 가맹관이라는 사실은, 청두에 도착하고서야 알았다. 버스로 5시간 거리인 광위안 이라는 도시 근교에 있는 소화고성은, 유비가 천하삼분의 계를 위해 촉을 탈취하러 들어갔던 익주(지금의 사천) 의 첫번 째 관문이었다.


삼천년 전 가맹관이라 불렸던 소화고성의 사방은 산으로 둘러 쌓여있었고, 아침부터 흩뿌린 비로 허리에는 운무가 가득했다. 성벽을 비롯해 모든 것이 복원된 현대 건축물이지만, 낮은 기와에 나무기둥을 세워 지은 성내의 상점들은 낯선 곳을 찾은 여행객의 눈길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나는 상점들로 가득한 좁은 거리를 빠르게 지나쳐, 임청문(任靑問)이라고 적혀진 성벽 위를 먼저 올랐다.


중국에는 많은 고성이 있고, 마을 전체가 수 백년 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유지된 곳도 있지만, 상대적이고 작고 외소한 소화고성은 나름의 이유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바로 여기가 연의에서 말하는 가맹장비전마초(葭萌張飛戰馬超) 의 무대였기 때문이다.



임청이란, "관리는 맑아야 하며 그래야 민초를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다" 라는 의미라고 한다.


유장의 요청으로 장로를 쳐부수던 유비는 제갈량을 비롯한 많은 부하의 설득 끝에(심지어 유장의 부하들까지), 마침내 생에 단 한번 덕(德) 이라는 신념을 거스른 채 말머리를 돌려 유장의 익주를 향한다. 한중의 장로와 익주의 유장, 그리고 그 사이의 유비. 세 사람의 관계는 마치 가위, 바위, 보와도 같았고, 유비가 오히려 유장을 위협하자 이제는 장로가 유장을 돕는다.


장로의 부하였던 마초는 바로 이 성문 아래에서 장비와 일생일대의 결투를 벌였고, 한낮에 벌어진 전투가 밤까지 이어졌다던 그 승부는, 무명의 마초를 단 번에 오호대장군의 반열에 오르게 만들었다.

임청문 성문 위의 풍경


용호상박의 싸움은 무승부로 끝났지만 마침내 야심을 드러낸 유비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유비는 결국 익주를 손에 넣고 천하를 셋으로 나누는데 성공한다.


유비의 이 선택은 여러가지 면에서 의외라고 보여져왔다. 한 나라의 부흥이라는 큰 야망을 지니고 있음에도 그는 항상 순리대로 움직였다. 조조에게 항복할 게 뻔한 유종을 쳐서 형주를 얻자는 제갈량의 제안을 뿌리쳤으며, 이 후 조조의 추격으로부터 도망가기 바쁜 와중에, 자신을 따르겠다는 백성들을 모조리 이끌고 피난길에 올랐던 인물이다. 서주를 넘기겠다던 도겸의 말도(부탁에 가까웠다) 끝내 거절했고, 배신의 아이콘인 여포에게 유일하게 호의를 베풀어 성을 통째로 빼앗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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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그는 한 평생 눈앞의 이익보다는 더 큰 무언가를 쫒아 순리대로 살았다. 그랬던 그가 제갈량이 제시한 천하삼분의 계와 자신을 믿고 도움을 청한 유장 사이에서 결국 전자를 택했다. 어쩌면 사방이 산과 강으로 둘러 쌓인 이 성루 위에 올랐을 때, 유비의 눈에 바로 그 "더 큰 무언가" 가 손에 잡힐 듯 보였을지 모른다. 어쨋든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 해야하는 순간은, 시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벌어져왔으니 말이다.


마침내 발디딜 땅을 마련한 유비의 칼 끝은 이제 조조를 향했다. 그리고 그 길목에는 한중(漢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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