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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E Mar 06. 2021

소중할 수록 멀어지기

여행 금지 시대


소중한 것일수록 곁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가족은 함께 살아야 하고, 부부는 숨기는 게 없어야 하고, 자녀는 속마음을 부모에게 말해야 하고, 연인은 모든 추억을 함께해야 하고, 친구는 나와 가장 친해야 하고, 세상은 나를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인간의 눈과 입은 원래가 모난 까닭에 가까운 대상일수록 쉽게 흠을 찾아내고, 쉽게 상처를 입힌다. 소중한 사람이라면,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들이 상처입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그들을 당신으로부터 밀어내야 한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그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아니라, 그들을 그리워하는 시간이다. 그리워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외로운 시간이 필요하고, 아무 말도 없이 깊은 내면으로 고독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에 읽은 책에 나온 내용인데 몇번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토록 똑부러지게 써놓은 책이 있다니. 책을 읽고 나니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나는 지금 그토록 사랑하는 여행으로부터 멀어져 고독해지는 중이니까. 


이왕 고독해진다면 바릴로체 같은 곳에 있다면 좋겠다. 요즘 같은 세상에 고독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대부분 물과 전기가 제한적이거나 사막이나 명산을 앞에 둔 베이스 마을로 여행자들이 바글바글 한 곳이기 때문이다.


반면 바릴로체는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2,000km나 떨어진 작은 호숫가 마을이다. 구글링을 해보니 인구는 10만명 정도다.(한국에서는 전라도 완주 정도) 그렇다고 수도나 전기같은 자원이 제한적인 척박한 지형도 아니고, 주변에 인류의 정복대상으로 여겨지는 명승지도 없다. 방문자들이 하는 일이라곤 그저 아름다운 호숫가에 누워 시간을 떼우다 저녁이면 아르헨티나 산 소고기나 구워 먹는 정도다. 매시간 무언가를 해야하거나 목록에서 리스트를 지워가는 사람들은 찾지 않는다. 사색과 고독을 원하는 사람에겐 딱이다.


그래서 나는 TV에 바릴로체가 나올때마다 불안하다. 이토록 사랑하는 나는 멀리서 그리워하는데 쓸데없이 접시위에 올려져서 떼가 타진 않을지 걱정이다. 여행자들의 국기가 온통 장식된 호스텔 주인이 "다음에 올때 한국 국기하나만 가져달라"며 신신당부 했는데, 누군가 벌써 방문했으려나. 너무나 소중해서 이토록 멀리 떨어져 있는 내 마음을 헤아려 주실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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