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과 터널사이 ep. 18
"아들 이거 봐봐.
아빠 근육 미쳤는데."
아빠 얼굴 보고 자려고
기다렸던 아들에게
씻기 전 윗옷을 벗으며
괜히 웃음 섞어 말했다.
선명한 王 자,
반으로 쪼개진 가슴,
두툼해진 알통까지.
나도 잠깐 멈칫했다.
"돈 받으면서 운동하니까 좋은데."
일요일 다이소 알바를
하루 쉴 수 있어서였을까?
토요일 저녁인 그날
기분 좋은 말들을 하고 있었다.
"그건 노가다고,
개인 체질에 맞춰서 하는 운동과는 다르지."
아내는 또다시 정곡을 찌른다.
샤워실 거울에 비친
웃통 벗은 내 모습을 보며
괜스레 웃음이 났다.
양치질을 하며
팔을
U자로도 만들어보고
O자로도 만들어본다.
괜히 몸에 힘도 줘본다.
'내가 일한 지 며칠이나 된 거지?'
머릿속으로 계산해 보니
이제 곧 세 달째가 넘어갔다.
날짜 계산을 하게 된 건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족과의 따뜻한 웃음
때문이었다.
'참 오래간만이네. 이런 기분. 감사하다.'
사실 울컥했지만
가족들 아무도
눈치채진 못했다.
아내 말이 맞긴 했다.
씻고 자려고 누우면
어떤 날은
손가락과 손목에서
어떤 날은
허리와 종아리에서
꽝 소리를 내긴 했다.
그래도 오늘은
몸은 꽝해도 기분은 짱이었다.
다이소 알바,
언제까지 할지 모르지만
여기서도 나는
버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