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과 터널사이 ep. 17
"부장님. 저는 3월까지입니다."
식당에 앉자마자
건너편 동료의 말이었다.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지난주 회의실에서
대표와 큰소리가 오고 가는 걸
들었던 터라
호기심이 발동해
퇴사 이유를 물어보았다.
"아니요.
3월이 딱 1년이라
그때까지만 하려고요."
"혹시 더 좋은 데서
스카우트 제의가 온 거예요?"
내가 다시 물었다.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평소 사적인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던 이유 때문일까.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점심 식사 후
자리에 앉기 전
사무실 안을 한 번 둘러봤다.
하나, 두울, 셋, 넷.
'아, 맞다.
이제 4명이 남는구나.'
누군가는 이미
자리를 비웠고
누군가는
비울 날짜를 정해두고 있었다.
다만 나는
그전과 똑같은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문득
대표님의 새해 메시지가 떠올랐다.
31일 밤늦게
사내 단체방에 알림으로
떴던 그 메시지.
“여러분 덕분에
2026년을 기분 좋게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메시지 뒤로
그 넓었던 사무실을
북적이며 채우던
직원들의 모습이 스쳤다.
2026년이 끝날 즈음엔
나는 몇 번째로 남아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