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과 터널사이 ep. 16
"안녕하세요. 부장님
잘 지내셨어요?"
한참
매출 데이터에 집중하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네.. 잘 지내셨어요?"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핸드폰에 뜬 이름이
거래처 담당자분과 동명이인이라
얼마 전 퇴사한
직원인 줄 몰랐기 때문이다.
"새로 취직한 회사에서
구글드라이브 연동하려고 하는데요.
안되어서 연락드렸어요."
"나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확인하고 혹시 자료 있으면 보내줄게요."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 멍하니 있었다.
"잘 지내셨어요?"
이 말만 계속 맴돌았다.
그 말 말곤
서로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퇴사자들이 연락 오는 건
퇴직금 이슈, 서류 요청, 결혼 소식
그 외 연락은
아주 친한 사람 외엔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다시 봤다.
'왜 내가 동명이인으로 본거지?'
그때서야 생각났다.
나는 퇴사를 하거나
누군가 회사를 떠나면
습관처럼 하는 버릇이 있었다.
하나
카톡 친구 삭제
또 하나
주소록의 이름과 전화번호 외
모든 정보 삭제
사회생활을
20년쯤 하다 보니
생긴 버릇 같은 거였다.
그랬었다.
퇴사 한 후
핸드폰 주소록의
'직장' 정보를
지웠기 때문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왜
카톡과 주소록 정보를
지우는 걸까?
특별한 감정 때문은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의
민원소가 되는 게
싫었던 거였다.
그게 나쁜 건지,
어쩔 수 없었던
나의 생존 방식이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