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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하늘 Oct 08. 2024

본격적인 투고 시작과 수정, 진짜 하얗게 불태웠다

(출간 Tip. 내가 받은 제안들)

첫 답장을 받은 후 자신감을 얻어 수많은 출판사의 홈페이지를 찾아보며 내 글과 어울릴 것 같은 출판사를 선택해 얼마간 하루에 몇 군데씩 꾸준히 투고를 이어갔다. 반응도 나쁘지 않아 다양한 제안을 받았다. 단, 기획 출판 제안만 빼고.






출간 Tip. 내가 받은 제안들



1. 반기획 출판/공동기획 출판


'반려'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받은 제안이다.

제안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으면 출간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내용으로 답장이 오거나, 아예 몇 부에 얼마라고 가격 제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곳은 매대광고 가격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했으며, 공동기획의 몇 가지 옵션을 제시하는 출판사도 있었다.



2. 전자책 출판


출간 비용은 무료이나, 딱 출간까지이고 홍보나 마케팅 등 다른 부분은 전혀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



3. 기획출판인 듯 기획출판 아닌 기획출판 같은 출판


첫 답장의 '읭?'스러운 제안에 버금가는 나를 혼란에 빠뜨린 제안이었다.

내가 내야 하는 비용은 없지만, 선인세가 없고 인세도 몇 부 이상 판매부터 지급된다고 했다. 마치 '책은 공짜로 내어드릴게'와 같은 느낌. 그럼에도 내가 이 제안에 대해 고민하며 혼란스러워 한 이유는 이 제안이 꽤나 큰 굴지의 대형 출판사에서 온 제안이었기 때문인데, '일단 이렇게라도 출판을 해서 인지도부터 높여볼까?'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대형 출판사니까 홍보나 마케팅은 잘해주지 않을까 추측하면서. 하지만 문의해 보니 따로 도움을 주는 부분은 없다고 해서 일단 '더 고민해 보겠다'라고 답장을 한 후 무기한 보류 상태로 남겨두었다.   






제안들에 대해 자세히 썼지만, 아까도 언급했듯이 사실 가장 많이 받은 건 거절 메일이었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이미 작성된 형식적인 문구를 통해 내 원고가 반려되었다는 뜻을 전했지만, 몇몇 출판사는 내 원고가 왜 반려되었는지,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좋겠는지에 대한 내용을 꽤 구체적으로 알려주기도 했다. 출판사는 달랐지만 거절의 이유에서 공통되는 부분이 보였고, 이는 나에게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다.


기획안과 원고 내용의 애매한 미스매치.


솔직히 나도 알고 있고 느끼고 있었다. 출판사의 눈에 일단 띄어야 된다는 이유로, 또 시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내가 봐도 기획의도에 너무 힘을 준 데 반해, 원고 내용은 기획의도에 벗어난 건 아니지만 힘이 다소 부족해 보였다. 이를 편집자들이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기획안을 수정하거나 원고를 싹 뜯어고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는데, 의외로 이에 대한 결정은 어렵지 않았다. 처음부터 나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정해져 있어 그 이야기를 썼고, 엄밀히 말하면 단순히 책을 내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이야기가 담긴 책을 내고 싶었던 거니까.


그렇게 별다른 고민 없이 '기획안 수정'을 선택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원고의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키워드가 뭘까?'에 대한 답을 내는 게 쉽지 않았다. 분명 뭔가가 있는데 그 뭔가가 뭔지 잘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다. 초고를 다 완성하고 투고를 시작했으면서도 느꼈던 찝찝한 무언가가 바로 이 부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행히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느 한순간, 정말 찰나의 순간에 그게 뭔지 깨닫게 되었다. 글 전체에서 내가 아우르고 싶었던 핵심 주제가 명확하게 보였다. 진짜 하고 싶은 핵심 얘기는 거기서부터 출발했는데 왜 그걸 놓쳤을까?


투고를 많이 진행하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라 느끼며, 기획안과 샘플원고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기획의도와 목차를 깡그리 다시 고쳐 썼고, 그러고 나니 몇 꼭지는 서사와 맥락을 위해 새로 써야 했다. 투고를 멈추고 여기까지 꼬박 3주가 걸렸다. 정말로 하얗게 불태웠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모두 쏟아부은 끝에야 수정 기획안과 샘플원고를 손에 넣었다.


이제 다시 투고를 해야 할 시간이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바뀐 기획안만큼이나 바뀐 마음가짐으로 부지런히 투고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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