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Tip. 내가 받은 제안들)
첫 답장을 받은 후 자신감을 얻어 수많은 출판사의 홈페이지를 찾아보며 내 글과 어울릴 것 같은 출판사를 선택해 얼마간 하루에 몇 군데씩 꾸준히 투고를 이어갔다. 반응도 나쁘지 않아 다양한 제안을 받았다. 단, 기획 출판 제안만 빼고.
출간 Tip. 내가 받은 제안들
1. 반기획 출판/공동기획 출판
'반려'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받은 제안이다.
제안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으면 출간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내용으로 답장이 오거나, 아예 몇 부에 얼마라고 가격 제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곳은 매대광고 가격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했으며, 공동기획의 몇 가지 옵션을 제시하는 출판사도 있었다.
2. 전자책 출판
출간 비용은 무료이나, 딱 출간까지이고 홍보나 마케팅 등 다른 부분은 전혀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
3. 기획출판인 듯 기획출판 아닌 기획출판 같은 출판
첫 답장의 '읭?'스러운 제안에 버금가는 나를 혼란에 빠뜨린 제안이었다.
내가 내야 하는 비용은 없지만, 선인세가 없고 인세도 몇 부 이상 판매부터 지급된다고 했다. 마치 '책은 공짜로 내어드릴게'와 같은 느낌. 그럼에도 내가 이 제안에 대해 고민하며 혼란스러워 한 이유는 이 제안이 꽤나 큰 굴지의 대형 출판사에서 온 제안이었기 때문인데, '일단 이렇게라도 출판을 해서 인지도부터 높여볼까?'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대형 출판사니까 홍보나 마케팅은 잘해주지 않을까 추측하면서. 하지만 문의해 보니 따로 도움을 주는 부분은 없다고 해서 일단 '더 고민해 보겠다'라고 답장을 한 후 무기한 보류 상태로 남겨두었다.
제안들에 대해 자세히 썼지만, 아까도 언급했듯이 사실 가장 많이 받은 건 거절 메일이었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이미 작성된 형식적인 문구를 통해 내 원고가 반려되었다는 뜻을 전했지만, 몇몇 출판사는 내 원고가 왜 반려되었는지,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좋겠는지에 대한 내용을 꽤 구체적으로 알려주기도 했다. 출판사는 달랐지만 거절의 이유에서 공통되는 부분이 보였고, 이는 나에게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다.
솔직히 나도 알고 있고 느끼고 있었다. 출판사의 눈에 일단 띄어야 된다는 이유로, 또 시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내가 봐도 기획의도에 너무 힘을 준 데 반해, 원고 내용은 기획의도에 벗어난 건 아니지만 힘이 다소 부족해 보였다. 이를 편집자들이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기획안을 수정하거나 원고를 싹 뜯어고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는데, 의외로 이에 대한 결정은 어렵지 않았다. 처음부터 나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정해져 있어 그 이야기를 썼고, 엄밀히 말하면 단순히 책을 내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이야기가 담긴 책을 내고 싶었던 거니까.
그렇게 별다른 고민 없이 '기획안 수정'을 선택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원고의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키워드가 뭘까?'에 대한 답을 내는 게 쉽지 않았다. 분명 뭔가가 있는데 그 뭔가가 뭔지 잘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다. 초고를 다 완성하고 투고를 시작했으면서도 느꼈던 찝찝한 무언가가 바로 이 부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행히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느 한순간, 정말 찰나의 순간에 그게 뭔지 깨닫게 되었다. 글 전체에서 내가 아우르고 싶었던 핵심 주제가 명확하게 보였다. 진짜 하고 싶은 핵심 얘기는 거기서부터 출발했는데 왜 그걸 놓쳤을까?
투고를 많이 진행하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라 느끼며, 기획안과 샘플원고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기획의도와 목차를 깡그리 다시 고쳐 썼고, 그러고 나니 몇 꼭지는 서사와 맥락을 위해 새로 써야 했다. 투고를 멈추고 여기까지 꼬박 3주가 걸렸다. 정말로 하얗게 불태웠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모두 쏟아부은 끝에야 수정 기획안과 샘플원고를 손에 넣었다.
이제 다시 투고를 해야 할 시간이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바뀐 기획안만큼이나 바뀐 마음가짐으로 부지런히 투고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