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에 투고를 시작해서 첫 답장을 6월 17일에 받았다. 투고를 하고 나서 며칠간 반응이 없자, 그 이후부터는 투고를 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현생을 살며 바쁘게 지내다가 받은 메일이라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그러다 점점 떨리는 마음이 되어 숨 고르기를 크게 한 번 한 후 제목을 클릭했다.
지금 생각해도 흔하지 않은, 기획 출판도 반기획 출판도 자비 출판도 아닌 매우 애매한 형태의 제안이어서 메일을 재차 읽으며 '읭?' 했고, 반복해서 읽어보니 요지는 이랬다.
종이책 출간은 이러저러한(결국 경제적인) 사정으로 어렵다.
하지만 POD 방식이나 전자책이라면 괜찮을 것 같으니 일단 그렇게 책을 먼저 내보자.
출판사에서 교정 및 편집, 디자인, 인쇄까지 해줄 수 있다. (+ 내가 내 책을 사야 할 필요도 전혀 없고, 내야 하는 비용 또한 하나도 없다.)
POD도서 인세는 OO%이고, 전자책 인세는 OO%이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곱씹을수록 내가 인플루언서나 유명인도 아니고 출판사 입장에선 이게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제안이었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땐 내가 투고를 막 시작한 참이었고, 가장 원하는 건 기획 출판 제안이었으며, 다른 출판사에서 혹시 더 좋은 제안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은 답변을 보류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평소에 내가 꽤 좋아하던 출판사에서 (완전한 거절이 아닌) 저런 답장을 받으니 내 원고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더 높아진 영향이 가장 컸다.
그래서 나는 그 답메일을 기점으로 조금 더 투고에 박차를 가하기로 결심했고, 나와 결이 맞을 것 같은 출판사를 찾아 하루에 몇 군데씩 내 멋대로의 투고를 이어나갔다.
출간 Tip. 출판사에서 오는 제안의 세 가지 대표적인 유형
1. 기획 출판
출판사가 책의 주제와 내용을 기획하고, 마케팅, 유통 등 출판과 관련된 모든 것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출판사가 저자에게 원고를 먼저 의뢰해서 출간하는 경우도 있고, 출판사에 투고된 원고를 검토한 후 출간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에게는 보통 10% 전후의 인세를 지급한다.
출판사의 전문적인 노하우를 통해 책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마케팅 지원을 받아 책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출판사의 편집 방향에 따라 원고가 수정될 수 있고, 경쟁이 치열하여 출판사에 채택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2. 반기획 출판(=공동기획 출판)
저자와 출판사가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해서 출판하는 방식이다. 주로 저자가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면 검토한 후 출간여부가 결정된다. 인세는 10-25% 정도이다.
기획 출판에 비해 저자의 의견이 더 반영될 수 있고, 자비 출판에 비해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비용이 발생하고, 기획 출판에 비해 마케팅 지원이 적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3. 자비 출판
저자의 비용으로 책을 출판하는 방식이다. 원고 작성부터 편집, 디자인, 인쇄,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저자가 결정해서 진행하고, 출판사는 외주업체라 생각하면 된다. 인세는 40-50% 정도이다.
출판사의 제한 없이 자신의 의도대로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비용 부담이 크고, 마케팅에 대한 부담이 커서 책을 널리 알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