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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하늘 Sep 24. 2024

첫 투고는 계획대로 되지 않아

(출간 Tip. 어느 출판사에 먼저 투고하는 게 좋을까?)

첫 투고에 대해 떠올리니 뜬금없게도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라는 가사가 머릿속에 자동재생되었다. 아마도 나의 첫 투고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힘들었어서 그럴 것이다.


초고를 5월 26일에 완성하고, 첫 투고를 5월 27일에 다. 이렇게 보면 진짜 실행력 갑으로 망설임 없이 투고 메일을 보낸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그건 '투고'라는 것 자체가 너무 부담스럽고 떨려서 오히려 빠르게 손가락으로 마우스 버튼을 누르며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방향을 튼 결과였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같은 기획과 원고로는 한 출판사에 단 한 번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 가장 출판을 하고 싶었던 출판사 한 군데에만 우선적으로 보냈다. 가장 출판하고 싶은 곳이니 제일 나중까지 아껴둘까도 했지만, '그러다 혹시라도 다른 곳에서 먼저 연락이 오면 어쩌지? 그러면 그곳엔 도전도 못해보고 끝날텐데'라는 아주 깜찍한 생각을 품은 채로.




메일창을 열어 받는 사람란에 메일주소를 붙여넣은 다음, 제목란에 '[투고] 원고제목-이름-장르'를 조심조심 적었다. '기획안과 샘플원고 파일'을 첨부하고 나자 내용을 적을 차례가 되었다. 처음 투고 메일을 보내면서 가장 많이 고민이 되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 작성란이 나와 내 원고에 대해 출판사에 처음으로 소개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인데, 어떻게 하면 나와 내 원고를 최대한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지 생각이 많아졌다. 또 메일 내용이 별로면 파일조차 열어보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됐다. 그래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은 내용을 메일에 다 쓸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편집자들은 매우 바빠서 시간이 없기 때문에 뭐가 됐든 길게 쓰지 말고 핵심만 쓰라던 이미 투고로 성공하신 작가님들의 조언이 마침맞게 생각났고, 그래서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핵심 내용 한 문장, 함께 책을 내길 바란다는 소망'만 짧고 굵게 적었다. 나머진 출판기획안과 샘플원고가 대신할 것이라 믿으며. 그렇게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메일의 모든 내용을 완성하고, 첨부파일도 제대로 첨부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 후 눈을 질끈 감고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곧 메일이 잘 전송되었다는 화면으로 바뀌었다. 휴우- 그게 뭐라고 나는 대단한 걸 해낸 것 마냥 안도의 숨을 쉬었고, 혹시나 잘못된 부분이 있을까 싶어 '보낸 편지함'을 눌렀다.

그런데! 아뿔싸! 그렇게 꼼꼼히 확인했는데 오타가 있었다, 그것도 무려 제목 부분에. 지금 생각하면 장르 부분에 '에세이'를 '에세'로 쓰는 가벼운 실수였지만, 그때는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며 '이거 때문에 망하면 어쩌지?'라고 과대해석을 해가면서 해결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다 제목을 수정하고 괄호 안에 제목 오류로 다시 보낸다는 정보를 쓴 후 똑같은 내용으로 다시 메일을 보냈다.


첫 메일에 그런 실수를 하고 나니 다음 메일부터는 더 강박적으로 오타를 체크하게 되었다. 그래서 원래도 여러 군데에 한꺼번에 빠르게 보내지 않고 천천히 진행하려고 했던 투고가 더더욱 느려지게 되어, 투고를 시작하고 5일 정도에 고작 6-7군데에만 원고를 보냈다.

그런 후 우선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 일이 매우 바쁘기도 했고, 제안이든 거절이든 피드백이든 뭐라도 답을 받고 그에 따라 다음 단계를 진행하는 게 나아 보여 잠시 투고를 멈췄다.




결국 내가 첫 번째로 투고한 출판사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는데, 그건 분명 제목 오타 때문은 아닐 것이다. 다만 쫄보에게는 별 걸 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재능이 있었을 뿐. 비록 이렇게 첫 투고 메일은 귀여운(?) 에피소드만 남긴 채 마무리되었지만, 두 번째 투고 메일부터는 확실히 초조와 떨림이 덜했다는 면에서 소득이 컸고, 잘 모르겠고 떨린다고 도망가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것만 해도 굉장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출간 Tip. 어느 출판사에 먼저 투고하는 게 좋을까?



1. 만약 스스로 생각할 때 자신의 기획안과 원고에 확신이 있고 추후 별로 수정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 평소 출판하고 싶었던 출판사들에게 우선적으로 보낼 것을 추천한다. 다만, 이때에도 내 원고의 장르를 출판하고 있는 출판사에 보내는 건 잊지 말길 바란다.


2. 만약 스스로 생각할 때 자신의 기획안과 원고에 대해 아직 뭔가 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고 출판사에게 피드백을 받아보고 싶다면, 피드백받을 만한 확률이 높은 출판사를 찾아서 보낼 것을 추천한다.

나는 처음에는 이 생각을 못해서 보내고 싶은 출판사 위주로 몇 번 보내가 본격적으로 투고를 시작한 후에야 원고 검토 기간이 1-2주 이내인 곳들을 선택해 보냈고, 브런치나 네이버 등에서 피드백을 받았다는 글을 검색해 그 출판사에 보내기도 했다.

원고 검토 기간은 출판사 사이트에 대부분 나와있다. 피드백을 주는 출판사는 공개하는 순간 원고를 검토하는 분들의 수고가 너무 늘어날까 염려되어 여기에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나, 아마도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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