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by 살랑하늘

나는 한동안 이 질문을 입에 달고 살았다. 아침에 눈을 뜰 때도, 하루를 마무리할 때도. 무슨 일을 겪고 나면 어김없이 따라왔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쉽게 나를 무너뜨렸다. 잘 살고 있다는 기준이 늘 나의 바깥에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누군가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나는 늘 어정쩡한 중간쯤에 서 있다가, 어느 순간에는 그 자리를 지키는 것조차 버거워 뒤쳐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는 사이 그 간극은 계속 더 크게 벌어지는 것만 같았고.


그럴 때마다 나는 하루를 되짚었다. 오늘 한 선택이 맞았는지, 이 정도 노력으로 충분한지. 잘 살고 있다면 좀 더 단단해야 할 것 같았고, 좀 더 확신에 차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내 하루는 늘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질문은 점점 무거워졌다. 잘 살고 있는지 묻는 말이, 잘 살지 못하고 있다는 판결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범한 하루에도 나는 나 자신을 괜히 심문하듯 몰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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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잘 살고 싶지 않은 적이 있었을까.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도, 모든 게 귀찮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완전히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 뒤에는 언제나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그 마음은 아주 작고 조용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큼 당당하지도 않았고, 스스로를 안심시킬 만큼 강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그 마음 덕분에 나는 하루를 완전히 놓아버리지는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할 때도 있었고, 무척 지친 모습을 드러낼 때도 있었지만 오늘을 끝까지 살아냈다.


돌이켜보면, 그 하루들은 대단한 일을 해낸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 잘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하루를 넘겼고, 버거운 날에도 마음이 자주 흔들리는 날에도 그 마음 하나로 버텼다. 그동안 나는 '버틴다'는 말을 너무 가볍게 여겼다. 어딘가 부족한 상태를 설명하는 말 같았고,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본다. 버틴다는 건,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잘 살고 있다는 말은 대개 빛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나의 삶은 대부분 빛나지 않는 시간들로 채워져 있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하루, 나조차 대충 넘기고 싶었던 순간들. 그 속에서 나는 계속해서 나를 놓지 않으려 애썼다. 내일이 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차라리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 날이 수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쨌든 지금 여기 있다. 마음을 다잡으며, 때로는 끌려오듯 하루하루를 살아낸 것이다.


이제는 이 질문을 조금 덜 날카롭게 바라보려고 한다. 잘 살고 있는지 묻는 대신, 오늘의 내가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을 잃지 않았는지를 돌아본다. 그 마음이 있었다면 오늘은 실패한 하루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여전히 나는 확신이 없다. 잘 살고 있다고 단정할 수 있는 날도 많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오늘도 잘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버텼다. 그 마음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아마 앞으로도 그 마음이 나를 다시 하루로 밀어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질문을 완전히 지우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답해 둔다.


잘 살고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잘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늘을 끝까지 살아냈다면,
그걸로 충분한 하루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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