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언가를 결정하고 나서도 자주 다시 돌아본다. 이 선택이 맞는지,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하는 건 아닌지. 이미 결정을 해놓고도 마음은 쉽게 앞으로 가지 못한다. 그래서 확신이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 모습이 늘 마음에 걸렸다.
주변에는 확신에 찬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하고 싶은 게 분명하고, 선택 앞에서도 망설이지 않는 사람들. 그들 옆에 서 있으면 나는 늘 한 발짝 늦었다. 결정은 했지만, 마음은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자주 의심했다. 왜 이렇게 확신이 없을까? 왜 나는 늘 망설일까? 혹시 내가 부족해서, 겁이 많아서 아무것도 단정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확신이 없다는 말은 어딘가 덜 자란 사람처럼 느껴졌다. 믿음이 부족하고,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확신 없는 나를 고쳐야 할 문제처럼 여겼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니 나는 애초에 쉽게 단정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말 앞에서 한 번 더 생각했고, 어떤 선택 앞에서는 그 뒤에 남을 감정까지 떠올렸다.
확신이 없어서 멈춘 게 아니라, 확신이 없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았던 순간들이 있었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싶지 않았고, 나중에 스스로를 쉽게 미워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늘 한 번 더 돌아봤다.
그 시간들은 겉으로 보기엔 망설임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나름의 책임감이 있었다. 나는 나의 선택을 아무 일처럼 넘기고 싶지 않았다.
확신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작게 만들었던 날들이 떠오른다. 말을 아끼고, 결정을 미루고, 괜히 나서지 않았던 순간들. 그때의 나는 늘 확신 있는 사람들 뒤에 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자리에서도 나는 분명히 서 있었다. 확신은 없었지만 생각은 분명했고, 결정은 느렸지만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다.
확신이 없는 대신 자주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선택이 나를 너무 소모시키지는 않는지, 이 방향이 나를 잃게 하지는 않는지. 그 질문들이 나를 완전히 엉뚱한 곳으로 데려가지는 않게 해주었다.
어쩌면 확신이란 처음부터 타고나는 성질이 아니라 살아가며 천천히 쌓이는 감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감각을 빠르게 얻는 사람은 아니었다. 대신 조심스럽게, 시간을 들여 익히는 쪽에 가까웠다.
이제는 확신 없는 나를 더 이상 문제로만 보지 않기로 했다. 그 안에는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었고, 삶을 성급하게 결론짓지 않으려는 태도가 있었다.
쉽게 단정하지 못한다는 건, 아직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늘 여백을 남겨두고 살아왔다. 조금 더 생각할 여지, 조금 더 기다릴 공간을 열어둔 채로.
확신이 없었던 시간들 덕분에 나는 나를 급하게 몰아붙이지 않을 수 있었다. 틀릴까 봐 멈춘 것이 아니라, 나를 잃을까 봐 천천히 걸어온 것이었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확신 없는 나를 조금 다르게 부른다. 결단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쉽게 단정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아직도 확신은 자주 흔들린다. 결정 뒤에도 마음은 종종 되돌아온다. 하지만 이제는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늦게 확신하는 대신 오래 책임지는 사람.
그렇게 받아들이고 나니 '확신이 없다'는 말이 조금 덜 아프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