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충분한 사람일까

by 살랑하늘

나는 자주 나 자신을 평가했다. 충분한지, 아직 모자란지. 잘해낸 것보다 못한 일을 먼저 떠올리는 쪽이었다. 아무리 애써도 항상 한 칸쯤은 비어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충분하다’는 말은 나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았고,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게 많은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늘 부족한 쪽에 나를 세워 두었다.

돌아보면 나는 꽤 많은 순간을 ‘아직은 아니다’라는 말로 넘겨왔다. 지금의 나는 부족하고, 조금 더 나아진 다음에야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기준은 늘 미래에 있었고, 현재의 나는 항상 임시였다.

지금은 지나가는 중이라는 이유로,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았다. 칭찬을 받아도 어색했고, 인정을 받아도 금세 고개를 저었다. 나는 나에게 ‘충분하다’는 말을 한 번도 제대로 해준 적이 없었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데에는 늘 비교가 따라왔다.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 더 앞서 있는 사람들. 그들 옆에 서면 나는 자연스럽게 작아졌다. 같은 자리에 있어도 나는 늘 모자란 쪽이었다.

이상하게도 잘해낸 일은 쉽게 잊고, 실수한 일은 오래 붙들었다. 괜찮았던 하루보다 부족했던 한 장면이 나를 더 잘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엄격해지는 일이 많았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고, 이만큼으로는 아직 멀었다고 자꾸 나를 밀어냈다. 그게 나를 성장시키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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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게 살아온 시간 끝에서 문득 지친 나를 마주했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이미 너무 오래 나 자신을 ‘부족한 사람’으로만 대해왔다는 사실이 보였다.

어쩌면 나는 부족하다는 말로 나를 안전한 자리에 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충분하다고 인정하는 순간, 더 이상 애쓰지 않게 될까 봐.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일이 왠지 멈춤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멈춰 있지 않았다. 서툰 채로도 계속 움직였고, 자주 흔들리면서도 여기까지 와 있었다. 그 과정 속의 나는 분명 무언가를 해내고 있었다. 부족하다고 느끼면서도 나는 나를 버리지 않았다. 그 사실을 그동안 너무 가볍게 여겼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충분하다는 말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걸. 부족함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부족한 채로도 자신을 계속 데려오는 상태에 가깝다는 걸.

나는 늘 부족한 쪽에서 나를 바라봐 왔지만, 그 시선 덕분에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쉽게 단정하지 않았고, 쉽게 포기하지도 않았다.

다만 이제는 그 시선을 조금 옮기고 싶다. 부족함만 보던 자리에서, 지나온 시간을 함께 바라보는 쪽으로. 잘하지 못한 날들 사이에도 분명히 남아 있던 노력과 선택들을 조금 더 인정해주고 싶다.


여전히 나는 부족하다. 이 말은 여전히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부족함이 나를 부정하는 이유는 아니라고,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여기까지 살아온 나라면, 이미 충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충분한 사람일까?'에 대한 질문에 아직 확답은 없다. 다만 하나는 분명하다. 늘 부족한 쪽에서 나를 보면서도, 나는 나를 끝까지 데려왔다. 그 사실만으로도 지금의 나는, 조금은 충분해도 괜찮지 않을까.


완성되지 않아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어도,

부족한 채로 살아온 나에게

이 정도의 인정은 허락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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