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자주 지칠까

by 살랑하늘

나는 자주 지쳤다. 특별히 큰일을 한 것도 아닌데 하루가 끝나면 마음이 먼저 늘어졌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피곤해졌다. 남들처럼 살았을 뿐인데 왜 나는 이렇게 자주 지칠까 생각했다. 체력이 약한가 싶었고, 마음이 약한 건 아닐까 의심도 했다. 조금만 힘들어도 지친다고 느끼는 내가 유난스러운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지쳤다는 말을 잘 꺼내지 않았다. 이 정도로 힘들다고 하면 나약해 보일까 봐. 다들 이 정도는 견디며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유난인 것 같아서. 그 대신 괜찮은 척을 했다. 할 수 있다고 말했고, 조금만 더 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러다 보면 정말 괜찮아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지침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돌아보면 나는 쉬지 않고 애쓰고 있었다. 눈에 띄는 노력이 아니었을 뿐이다. 누군가 알아줄 만큼 크지 않았고, 칭찬받을 만한 모양도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계속 신경 쓰고 있었다. 말 한마디를 고를 때도, 표정을 숨길 때도, 분위기를 살필 때도. 겉으로는 가만히 있어 보여도 마음은 늘 움직이고 있었다. 혹시 실수하지 않았는지, 누군가 불편하지는 않았는지, 내가 너무 튀지는 않았는지. 나는 하루 종일 나를 조정하며 살고 있었다. 그 애씀은 습관처럼 붙어 있었다. 특별히 노력한다고 느끼지 못할 만큼 익숙해진 긴장이었다. 그래서 더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피곤한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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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보자고 마음먹은 적이 있다. 일정을 비워두고, 해야 할 일을 미뤄두고, 그냥 가만히 있어보기로 했다. 그런데도 마음은 쉬지 않았다. 이렇게 있어도 되는지,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닌지, 뒤처지는 건 아닐지 생각이 계속 따라왔다. 그때 알았다. 내가 지친 이유는 몸이 아니라 마음이 쉬지 못해서라는 걸. 나는 쉬는 순간에도 잘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잘 지내고 싶었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고, 실망을 주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마음들이 나를 오래 붙잡고 있었다. 애쓴다는 건 늘 눈에 보이는 행동만은 아니었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삼킨 것들, 괜찮다고 넘긴 감정들, 혼자서 정리한 마음들. 그 조용한 노력들이 나를 조금씩 지치게 했다.


나는 지침을 내가 약하다는 증거로 여겼지만 사실은 반대였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오래 애써왔다는 신호였을지도, 나름대로 버티고 있었다는 표시였을지도. 생각해 보면 나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고, 괜찮은 쪽을 선택하려 했다. 그 마음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나를 너무 늦게 돌봤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나에게 묻는다. 지금도 애쓰고 있지 않은지,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는데 혼자 애쓰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가능하면 한 가지는 내려놓으려 한다. 모든 걸 잘하려는 마음 대신 오늘 하나만 괜찮으면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여전히 나는 자주 지친다. 하지만 예전처럼 이유 없이 지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안다. 그 지침 뒤에는 내가 오래 애써온 시간이 있다는 걸. 그래서 요즘은 지친 날의 나를 조금 덜 몰아붙인다. 대신 이렇게 말해준다. 오늘도 많이 애썼다고. 쉬어도 괜찮다고. 애쓰지 않는 날도 나에게는 필요하다고. 지침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그 마음은 예전보다 덜 미안해졌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덜 지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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