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동안 이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했다. 나를 좋아하냐는 말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좋다, 싫다로 나눌 수 없는 시간들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누군가 “스스로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잠시 웃으며 넘기거나 대답을 흐리곤 했다.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망설여졌고, 싫다고 말하기엔 또 너무 단정적인 것 같았다. 그래서 대부분 애매한 침묵으로 남겨두었다. 그 침묵은 솔직히 말하면 ‘모르겠다’에 더 가까웠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나를 좋아하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었다. 잘못한 건 고치라고 배웠고, 부족한 건 채우라고 배웠지만 지금의 나를 좋아해도 된다는 말은 자주 듣지 못했다. 그래서 나를 볼 때마다 먼저 고칠 점부터 찾았다. 말투, 태도, 선택, 성격. 이런 부분만 바뀌면 더 나은 사람이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늘 앞섰다. 나는 늘 ‘더 나은 나’를 좋아하려 했지, ‘지금의 나’를 좋아하려 하지는 않았다.
나를 좋아한다는 말이 어쩐지 자만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아직 부족한데, 더 노력해야 하는데, 지금의 나를 좋아해도 되나 싶었다. 그래서 좋아한다는 말은 늘 미래로 미뤄두었다. 조금 더 괜찮아지면, 조금 더 단단해지면 그때는 말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 ‘조금 더’는 생각보다 자주 뒤로 밀렸다. 좋아할 자격을 스스로 계속 유예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가만히 돌아보니 나는 나를 싫어한 건 아니었다. 다만 좋아한다고 선뜻 말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어느 날은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는 친구에게도 이렇게까지 엄격할까. 조금 부족하다고 좋아하지 않겠다고 말할까. 아마 그러지 않을 것이다. 친구의 서툼은 이해하면서 내 서툼에는 인색했다. 친구의 실수는 지나가게 두면서 내 실수는 오래 붙들었다. 나는 나에게 가장 박한 사람이었다.
그걸 알아차리고 나서 조금씩 태도를 바꿔보려 했다. 나를 좋아하겠다고 큰 결심을 한 건 아니다. 다만 미워하는 시간을 조금 줄여보자는 마음이었다. 실수한 날에도 “왜 그랬어” 대신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해보는 연습을 했다. 대단한 변화는 아니었지만 그 말 한 줄이 마음을 조금 덜 무겁게 했다. 나를 좋아한다는 건 대단한 확신이 아니라, 나를 계속 데려가는 태도에 가까웠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날에도 완전히 버리지 않는 것. 그 정도면 이미 싫어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여전히 이 질문은 나를 망설이게 한다. 나는 나를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아직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지 못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오래 침묵하지는 않는다. 조금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해본다. 완전히 좋아한다고는 못 해도, 계속 이해해 보려는 중이라고. 쉽게 포기하지는 않는다고. 아마 나를 좋아하는 일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게 아니라, 조금씩 익숙해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이 질문 앞에서 아주 짧게 답한다. 아직은 연습 중이라고. 그래도 전보다 조금은 나를 편하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그 정도의 변화면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