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늘 불안할까

by 살랑하늘

나는 이유 없이 불안해지는 순간을 자주 겪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음이 먼저 흔들리는 날들이 있었다.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걸까. 설명하기 어려운 생각들이 조용히 따라왔다. 처음에는 그 불안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유를 찾아내면 사라질 거라 믿었다. 그래서 나를 자꾸 들여다봤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뚜렷한 원인은 보이지 않았다. 이유를 찾지 못할수록, 불안은 더 또렷해졌다.


그럴수록 나는 더 불안해졌다. 이유도 없이 흔들리는 내가 어딘가 고장 난 사람처럼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잘 지내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불안한지,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불안을 감추는 데에 더 신경을 썼다. 괜찮은 척을 하고, 별일 아닌 것처럼 넘기고, 그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감춘다고 해서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불안은 늘 조용히 따라왔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에도. 잠깐 괜찮아졌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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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불안한 걸까. 혹시 내가 너무 오랫동안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 가만히 돌아보니 나는 늘 무언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지금보다 나은 상태, 지금보다 괜찮은 모습. 멈추지 않으려고 했고,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여도 내 안에서는 계속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 방향이 맞는지, 이 선택이 괜찮은지, 이대로 가도 되는지. 그 질문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멈추지 않고 살고 있었다.


그래서 늘 어딘가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는 확신보다 불안이 더 자주 따라왔다. 생각해 보면 불안은 멈춰 있는 사람보다 움직이고 있는 사람에게 더 가까웠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기로 한 사람보다,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는 사람에게 더 자주 찾아왔다. 나는 계속 선택하고 있었고, 그 선택에는 언제나 틀릴 가능성이 함께 있었다. 그래서 불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이었다. 불안은 내가 잘못 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무언가를 바꾸고 있다는 흔적일지도 모른다.


그걸 인정하고 나니 불안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물론 여전히 불안은 어렵다. 마음을 조용히 잠식하는 날도 있고, 괜히 나를 작게 만드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을 무조건 밀어내지는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바꾸려고 하고 있는지.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불안의 모양이 조금씩 보인다.


어떤 날의 불안은 내가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신호였고, 어떤 날의 불안은 무언가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다.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 불안은 조금 덜 낯설어졌다. 나는 이제 완전히 편안한 상태를 목표로 두지 않는다. 대신 불안을 안고서도 하루를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여전히 흔들리지만, 그 안에서 나를 놓치지 않는 연습. 그게 지금의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


그래서 오늘도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면 이렇게 말해본다. 지금 나는 멈추지 않고 살고 있는 중이라고. 그래서 이 감정이 완전히 이상한 건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불안은 사라지지 않아도 조금 덜 무겁게 남는다. 그리고 나는 그 상태로도 하루를 끝까지 살아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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