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없어져야 하는 걸까

by 살랑하늘

나는 오랫동안 불안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제대로 살 수 있다고 믿었다. 마음이 안정되어야 비로소 괜찮은 상태라고 여겼다. 그래서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그걸 밀어내려고 애썼다. 생각을 바꾸려 했고, 다른 일로 덮어보려 했고, 아무렇지 않은 척 넘기려 했다. 불안은 있으면 안 되는 감정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잠시 잠잠해지는 듯하다가도 다시 돌아왔다. 조금 다른 모양으로, 조금 더 익숙한 방식으로. 나는 그때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한 자리에서 다시 흔들리는 느낌. 그 반복이 나를 더 지치게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 생각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됐다. 불안을 없애야 한다는 믿음이 오히려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한 번은 방식을 바꿔보기로 했다. 없애려 하지 말고, 그냥 두면 어떻게 되는지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


편안한 순간의 깊은 생각.png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불안이 올라오면 여전히 몸이 먼저 반응했다. 빨리 정리해야 할 것 같았고, 이 상태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감정을 조금 더 오래 두고 보니 이상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불안은 생각보다 같은 상태로 머물지 않았다. 커졌다가 줄어들고, 선명해졌다가 흐려지기를 반복했다. 불안은 고정된 감정이 아니라, 흘러가는 상태에 가까웠다.


그걸 알아차리고 나서 나는 조금 덜 서두르게 됐다. 지금 이 감정을 당장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정말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불안이 사라지지 않았는데도 나는 여전히 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다.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나고, 해야 할 일을 하고, 그렇게 평범한 하루를 끝까지 지나왔다. 불안이 없어야만 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동안 나는 불안을 지나치게 크게 생각했다. 이 감정이 있으면 모든 게 흔들릴 것처럼 느꼈다. 하지만 실제의 나는 그 안에서도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불안은 여전히 불편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 하나로 하루 전체를 판단하지는 않는다. 불안이 있는 날에도 나는 나름대로 하루를 살아낸다.


예전의 나는 불안을 없애야 한다고 믿었고, 그래야 괜찮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괜찮아지는 건, 불안이 사라진 뒤가 아니라 불안을 안고도 살아갈 수 있을 때였다.


그래서 요즘은 불안을 마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이 감정이 올라오면 억지로 밀어내기보다 잠시 자리를 내어준다. 지금 내가 불안한 이유가 있는지,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감정인지 천천히 살펴본다. 답이 나오지 않아도 그대로 두는 연습을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불안은 어느새 조금 다른 자리로 이동해 있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처음처럼 크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나는 여전히 불안이 없는 삶을 상상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게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도 안다. 지금의 나는, 불안이 있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해둔다. 불안은 없어지지 않아도 된다. 그 상태로도, 나는 계속 살아갈 수 있다.

이전 07화나는 왜 늘 불안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