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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안 한다
5교시가 끝나면
오빠랑 집에 가야지.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려는데
선생님의 말씀!
“얘들아!
운동장에 풀들이 많이 자랐지?
그래서 오늘은 1시간 동안
말끔하게 풀을 뽑고 가도록 해요!”
선생님은 입꼬리를 올리면서 웃으셨지만
은별이는 가슴으로 울고 있었어.
6학년까지 모두 가방을 두고
호미를 들고
때로는 삽으로
여자애들은 손으로 뽑았지.
구슬땀 떨어질 때
하늘에는 양떼구름
어디를 가는지
신이 나서 노래 부르고
잠자리는 빙그르르
어지럽지도 않은지
높이도 날아가네.
운동장 구석에
키다리 풀 뽑다가
가지만 꺾어
손에 들고
깊이 숨을 들이켜네.
손가락에 힘을 잔뜩 주고
띵! 띵! 띵!
사랑한다 안 한다
사랑한다 안 한다
끝이 궁금해 참을 수가 없어.
다시 사랑한다 안 한다
히히 마지막이네
사랑한다.
손끝이 잠깐 멈칫.
이제야 은별이는
파란 하늘 보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