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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생각
낮에 내린 소나기에
얼굴이 얼어버렸나
밤이슬에 손가락이
깜짝 놀랐을까
두근거리는 마음 감출 수가 없어
달님 만나러 나간 게
은별이 가슴을 서늘하게 했나?
따뜻한 이불속으로
쏘옥 들어가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질 않아
창밖에 일랑이는 나뭇가지에
그네를 달아 별님을 세어도
눈은 번쩍거리네
은별이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고
두둥실 하늘 위를 걸어 다니네
오빠의 집 앞에 떡 하니 서 있어
발이 떨어지지 않네
숨을 깊이 쉬고
오빠만 보고 돌아가기로 하고
이런~
잠옷 바람이네.
아무도 못 봤겠지
창피한 마음에
후다닥 집에 가서
원피스 하나 뒤집어쓰고
다시 오빠 집 앞.
살금살금 기어가다가
터벅터벅 마당을 지나
조심조심 방문 앞에서 멈추고
불이 꺼진 방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오빠만 보고 가야지
조마조마 빼꼼히
방문을 한 뼘 열고
하늘 보며 자고 있는 오빠 보며
쌩긋 웃음이 나오네
역시 오빠는 멋있어~
한동안 그저 멍하니 바라보다가
바람소리에 놀라
휘리릭! 쏜살같이
대문을 지나 방으로 왔네
오빠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다가
아침이 되었네
언니도 일 나가고
아빠도 회사 가시고
엄마만 달그락달그락
부엌에서 그릇을 닦으시네
이를 어째!
아침 8시가 넘어가고 있네
재빠른 초침만 은별이를
얄밉게 놀려주며 도망 가네
"엄마~~~~!
왜 안 깨웠어요!"
엄마는 피식 웃으시며
"난 깨웠다.
잠꾸러기 우리 은별이가
안 일어났지."
엄마까지 은별이를 보며
신이 나셨네
아침도 거르고
어푸어푸 세수하고
책가방 들고
쌔애애앵!
선생님에게도 혼나겠다.
발걸음은 뛰어가는데
은별이 마음은
따뜻한 이불 안에 두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