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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cheon Lee Mar 19. 2016

꿀밤

- 16 -

                

꿀밤


깜박했다.

얼마나 흘렀을까

시려오는 무릎을 보며

실실 웃음이 나왔다.

아픈데도 배는 꼬르륵

일어나기에는

아직도 찌릿찌릿


운동장에는 

우리 반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구나.

한숨이 나왔지만

얼마 동안을 

절뚝거리며 다녀야 하니

깜깜해진다.


솔바람 타고

어디선가 맡아 본 

꽃향기가 코를 간지럽히고

복도를 스치는 

또각또각 소리

혹시, 설마?

이불 속으로 숨어버렸다.

눈을 감았다.


문이 열리고

더욱 짙어지는 꽃향기,

작은 두려움이 

이불을 걷히고

빛나는 손이

이마에 쿵~ 하고 

꿀밤을 놓는다.


"언니~!"

진짜 언니였다.

반가우면서도

괜스레 창피해져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려다

"은별이 너~!

숨어, 어딜.

언니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은별이 아프단 말이야!"

좋으면서도 새초롬하게

나오는 입이 말썽이다.


"우리 은별이 많이 아팠어요?

언니가 시간이 없어서 가 봐야 해.

빨리 나아야 해!"

은별이 볼에 입을 맞추고는

총총걸음으로

긴 머리 날리며 사라진다.


언니 

긴 머리 잡고서

은별이도 

집에 가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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