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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밤
깜박했다.
얼마나 흘렀을까
시려오는 무릎을 보며
실실 웃음이 나왔다.
아픈데도 배는 꼬르륵
일어나기에는
아직도 찌릿찌릿
운동장에는
우리 반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구나.
한숨이 나왔지만
얼마 동안을
절뚝거리며 다녀야 하니
깜깜해진다.
솔바람 타고
어디선가 맡아 본
꽃향기가 코를 간지럽히고
복도를 스치는
또각또각 소리
혹시, 설마?
이불 속으로 숨어버렸다.
눈을 감았다.
문이 열리고
더욱 짙어지는 꽃향기,
작은 두려움이
이불을 걷히고
빛나는 손이
이마에 쿵~ 하고
꿀밤을 놓는다.
"언니~!"
진짜 언니였다.
반가우면서도
괜스레 창피해져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려다
"은별이 너~!
숨어, 어딜.
언니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은별이 아프단 말이야!"
좋으면서도 새초롬하게
나오는 입이 말썽이다.
"우리 은별이 많이 아팠어요?
언니가 시간이 없어서 가 봐야 해.
빨리 나아야 해!"
은별이 볼에 입을 맞추고는
총총걸음으로
긴 머리 날리며 사라진다.
언니
긴 머리 잡고서
은별이도
집에 가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