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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세요?
'언니야!
같이 가.'
또각거리는 언니의 뒷모습이
눈에서 멀어지는데
꿈쩍도 안 하는 다리,
에구구
틀린 건가?
말은 나오는데
소리는 없어.
가슴으로만 울리는 애절함이
아무도 모르게
울고 또 울고
눈물만 훔치는데.
선생님은 책상에 엎드려
쌔근쌔근 아기 단잠이 들었네.
'해님아! 고마워.'
침대에서 발을 끌어서
살짝 쿵!
일어서려다
오른쪽 다리가 아프다.
모르겠다.
기어가야지.
엷은 웃음
잠깐 왔다가 도망가고
왼손 오른손
바닥에 도장을 찍으며
아프지 않도록 살금살금
다리를 들고
한 발 한 발
휴우~ 문까지 왔네.
갑자기 바닥이 깜깜해지고
'"어디 가세요?
어디 가세요!"
잘못 들었겠지?
"은별이 어디 가요?"
장난기 섞인 맑은 목소리
이크, 딱 걸렸네.
선생님 보며 잘못했다고
두 손 비비다
뒤로 쿵 머리를 찧었네.
또 눈물이 주르륵~
'은별이 바보!'
기도하는 손으로
'선생님!
은별이도 집에 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