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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소풍
바람소리
은별이 마음을
빼앗아버려
사그락사그락
낙엽 소리
두 발을
사뿐사뿐 거리게 하네
엄마가 정성스레
매만져 준
예쁜 도시락 들고
룰루랄라!
오빠 손을
살포시 잡고
둥둥둥
뛰는 가슴
쌔근쌔근 잠재우고
파란 하늘 너무 높아
폴짝폴짝 뛰어도
두둥실 구름은
잘도 흘러가네.
찬바람 불어도
울긋불긋 단풍잎은
고개 들고서
'내가 더 예쁘지!'
자랑하기 바쁘네.
호숫가에
하늘이 웃음을 흘려도
파란 오빠의
눈웃음만 못해,
은별이는 실실 웃으며
입꼬리는 고무줄놀이를 하네.
도시락이
어디로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어
집에 갈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오빠에게
가까이 가지도 못해.
은별이 마음은
'바보. 바보'만 외치고
부드러운 손만
꼼지락꼼지락,
"은별아!
오빠 손에 뭐 묻었어?"
"아 아니,
오빠 손이 따뜻해서."
'에구 바보!'
해는 뉘엿뉘엿
집을 향해 가는데
'휴우' 한숨소리만
절로 나오네.
오늘도
'오빠야~'만
불러보고 또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