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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온다고요
쌔근쌔근
잠자는 아기 별
한 바구니 들고
빨간 모자 쓴
꿈을 파는 소녀는
벌써 돌아가
발자국 사라지고
초롱초롱
말똥말똥
또르르 이슬방울
오늘은 어디를 갔을까?
잠잠해!
오빠와 은별이 집을
따뜻하게 비추던
가로등 불빛도
꾸벅꾸벅 졸다가
잠이 들어버리고
새벽잠 잃은
들고양이 어슬렁어슬렁
배가 고픈지
여기 기웃 저기 기웃
뽀족한 발톱은
'아야' 하는 줄도 모르고
한숨소리만 깊어가네.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은별이는
눈이 번쩍
마음을 흔드는 소리에
후다닥
마당으로 나가고
백설공주의 나라에서
가져왔을까?
만지면
녹아 없어질 것 같아
밟으면
숨어버릴 것 같아
베개보다 더 푹신한
하얀 눈이 소복하게
언덕이 되어
'안녕!' 하며
반짝거리네.
싱글벙글
은별이 입술은
가만있질 않아
'오빠를 부를까?'
'아니야, 조금만 있다가.'
은별이는
손을 뒤에 두고
살며시 밟아 보고
사뿐사뿐 뛰어보기도 하고
숫눈길을 걸으며
겨울을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