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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cheon Lee Mar 20. 2016

목도리 칭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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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도리 칭칭


동장군 우르르 몰려와

'은별이는 이제 아무 데도 못가'

대문 굳게 닫아버리고

양반다리하고는

털썩 앉아 있어

꼼짝도 하지 않아

'울어버릴까?'

'놀래서 달아나려나?'

곰곰이 눈 감아도

알 수가 없어

방문 쿵! 닫고

이불 속으로 쏙.


"은별아. 춥지?"

"언니가 따뜻하게 해줄게!"

"정말?"

"언니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

"아, 아니."

히죽히죽.


동그란 실몽당이에 

바늘을 걸어

요리조리 실뜨기를 하니

아무도 못 지나가는

그물이 되어버렸네.


'오빠에게 줘야지.'

'따뜻하게.'

파란 실몽당이가 

줄어들기는 하는데

키는 커지지 않고

살만 찌고.

"언니야!"

"이거 어떡해?"

"은별이, 바보네."

"요것도 못하고."

"언니, 미워!"

"언니랑 안 놀아."


질질 끌려가는

실몽당이 데구루루

바쁘게 어딜 가버리고

은별이 마음은 오빠뿐인데

목도리는 온데간데없네.


살금살금

언니 방에 들러

봄 햇살에 빛나는

초록 풀잎 머금은

키다리 목도리 들고

덩실덩실.


'오빠야!'

'기다려. 은별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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