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꽃갈피

눈꽃기차

- 41 -

by So cheon Lee


눈꽃 기차


"은별아!"

"내일은 우리 여행 가자!"

"응, 오빠!"


잠이 안 와.

빨리 자고

예쁘게 가야 하는데.

오지 않는 잠을

양 한 마리로

가득 채워보네.


오빠가 사 준

벙어리장갑 끼고

엄마에게는

친구 집에 간다 하고는

반짝반짝 새하얀 눈을

오빠랑 둘이서

보러 가네.


기차에서

오빠 어깨에 기대어

오징어도 먹고

얌전하게 김밥도 먹고

창 보면서

오빠 얼굴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대관령에 내려

오빠 주머니에 손 넣고

겨울 길을 뚜벅뚜벅 걸어보고

가끔 오빠 얼굴도 만져보고.


돌아오는 기차에서는

오빠 무릎에 엎드려

코까지 골며

업어가도 모르게

자 버렸네.


몰라 몰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크리스마스 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