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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제도
오늘도
오빠의 뒷모습을
너무 자주 보게 된다.
함께 걸을 때도
바쁜 척 하며
몇 걸음 먼저 걷고
"오빠! 빠르잖아."
"같이 가!"
"어어, 어. 응"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
'아무리 보아도 이상해.'
공원 나무에 기대어
머뭇머뭇
오빠의 입이
떨어질 듯 말 듯
"오빠야, 할 말 있어?"
은별이는
살살 간지럼을 태운다.
"있잖아."
"나, 중학교는 서울로 가."
"아버지가 이사 가야 한 대!"
"그래서, 그래서."
"뭐, 서울."
"안 가면 안 돼?"
"안 되겠지?"
"나 이제 오빠밖에 없는데."
"은별아."
"오빠가 꼭 연락할게."
"방학 때도 내려오고."
"은별이 앞에 오빠가 없잖아~~~"
"은별이는 어떡하라고."
"오빠야, 가지 마라~!"
아무 말이 없다.
오빠를 볼 수가 없다.
눈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안 들어갔는데
아파진다.
눈이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은데.
오빠는 말없이 서 있어
은별이 가슴이 찢어지는데
오빠 가슴이
은별이를 보듬는다.
'오빠, 은별이는 이제 어떻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