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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 45 -

by So cheon Lee


이사


파란 오빠는

은별이 옆에서

늘 함께였는데

오늘은 아닐지도

내일이면 여기 없을지도

이미 서울에 간 것일지도.


어지럽다.

선생님 말씀도

들리지 않고

윤지의 재잘대는 소리도

은별이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하늘만 보아도

바람 불어도

새들이 노래 불러도

눈물만 나온다.


오빠가 떠날 텐데

지금쯤

은별이를 기다릴 텐데.

이삿짐 차 소리가

들리는 듯한 데

어떡하지?


은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눈물이 따가웠지만

오빠만 부르며 달렸다.


오빠 집 대문이 흔들흔들

은별이를 기다렸을 텐데

기다리다가

떠난 듯한데.

바람에 하얀 종이가

펄럭이며

은별이에게로 툭 떨어진다.


"은별아!

보고 가려 했는데,

못 보는구나.

오빠가,

서울 가면 꼭 연락할게.

은별아!

잘 있어!"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무릎에는 피가 흐른다.


"오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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