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질투를 하니까 말이야."
과장님이 회식 때 털어놓은 말이었다.
회식 멤버는 이 발언을 한 지금 과장님, 이동 전 사무실의 前 과장님, 지금 사무실의 부장님과 나, 넷이었다. 외국인 신입사원이 잘도 끼었네, 라고 할 법하지만, 사실은 前 과장님이 출장을 온 김에 저녁 먹을 멤버를 모았더니 이렇게밖에 안 모인 것이었다. 어쩌다 관리직 모임의 대화에 참가하게 된 나는 그들이 그때 그시절 얘기를 할 때 하나도 공감하지 못하고 강연이라도 듣듯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참 섬세하신 지금 과장님(이하 과장님)은 중간중간 나에게 보충설명도 해주시고, 나도 아는 사람들 얘기도 일부러 꺼내어 해주셨다.
그러다 일 참 안 하는 직원 얘기가 나왔다(이 직원 얘기는 다음에 해보겠다). 근무 태도가 너무 안 좋고 주변에서도 불만이 많아 과장님이 결국 며칠 전에 한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그후로 바로 일을 열심히 하길래 칭찬으로 독려해주고 싶었으나 이미 열심히 하고 있던 ㅇㅇ상이 그 정도로 칭찬해주냐고 질투할까봐 못했단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끄덕이고 있으니 과장님은 이내 다들 질투를 하니 어렵다고 했다. 특히 여직원들이 어렵다며 말이다. 나를 포함한 여직원 셋이 다 각자 주장도 강하고 인정 받고 싶어하는 성격이 강해 모두에게 밸런스를 안 맞추면 상처 받는 직원이 생긴다는 말이었다.
"그럼 저는 안 봐주셔도 돼요!"
손을 뻗어 말했다. 과장님은 요새 나와 얘기할 시간이 늘어나서 아마 두 명이 신경을 쓰고 있을 거란다. 농담조로 과장님께 '거리를 둡시다'라고 했다.
웃으며 이 얘기는 끝났지만, 괜히 나도 신경쓰였다. 신입인데다 이 사무실에 온 지도 얼마 안돼, 과장님이랑 이런저런 건으로 상담도 하고 면담도 하고 잡담도 했다. 아직 나는 회사에서 모르는 것도 있고 못하는 것도 있고 안 해도 되는 것도 있어서 과장님은 과 미팅에서도 나를 배려해주는 얘기도 몇 번 하셨다. 'ㅇ짱은 잘 모르겠지만~' 하면서 말이다. 별 생각 없이 지나쳐온 것들이 다른 두 여직원들에게는 신경쓰이는 요소였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실 한 직원은 그런 기미가 안 느껴진 건 아니다. 사람을 잘 챙기고 착하다고 이동 전부터 여러 얘기를 들었던 선배 직원이다. 이동 전엔 새로운 곳에 괜찮은 여자직원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에 남자직원이 더 많은 것도 있고, 마음 맞는 여자직원을 찾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이동해서 오니 오히려 정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 아는 체 하기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다른 직원한테 뭘 물어볼 때 불쑥 끼어들어 뭐 필요하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의도를 알 수 없는 '괜찮아?(다이죠부?)'를 자주 말한다. 털털하고 유머스러운 캐릭터로 밀고 나가고 싶어하는 것인지 미팅에 나가서 결국 분위기메이커를 자청했다는 얘기를 하거나 연말연시 연휴에는 음식과 술을 왕창 먹었다는 얘기를 한다. 키라키라 OL(キラキラ(반짝반짝) OL(Office Lady))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굽높은 펌프스를 또각또각거리며 신고 다닌다. 과장님이 말한 '주장도 강하고 인정 받고 싶어하는 성격'이 잘 느껴지는 캐릭터다.
한편 내가 이동해와서는 금방 다른 선배 남자직원을 츳코무(突っ込む, 태클을 걸거나 장난으로 상대방을 까는 것) 하게 되어 점심시간이면 나와 남자직원의 견원지간 얘기로 화기애애지기도 하고(그는 모두의 츳코무 대상이다), 앞서 말했듯이 과장님과 대화할 시간도 많았으니 자신의 존재감이 신경 쓰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나의 오만한 추측이지만.
그런데 또 다른 여직원도 신경쓰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아, 신경 쓰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팩트 체크는 안됐다. 아무튼 이 직원은 평소에는 조용하고 일도 엄청 열심히 한다. 살면서 농땡이를 피워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성실한 직원이다. 다만 회식자리나 노래방에서는 꽤 여성력(女子力)을 드러내며 매력을 발산한다. 반전 매력이 있는 직원으로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노는 직원이라 생각해 좋아라 하는 직원이었다. 둘이서 같이 쇼핑도 가고 나에게 호의적인 편이라, 아마 나를 질투하기보단 열심히 하는 본인에 대한 인정욕이 강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본심은 모르는 일이지만.
어찌됐든 참 무슨 유치한 상황인가. 과장님이 '우리 학교의 킹카' 같은 존재도 아닌데, 단순히 대화 횟수가 늘었다고 질투하는 건 없을 거라고 믿는다. 나도 과장님, 다른 여직원들에게 오해를 살 만한 행동(질투를 하고 있다든지, 과장님을 빼앗고 있다든지(?))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체를 아우르는 건 과장님의 몫인 것이고, 질투를 하는 유치한 직원들이 이상한 거긴 하지만, 괜한 미움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