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놈의 이탈.
수많은 발자국이 길을 만든다.
안락하고 평탄한 길.
그것은 이름 모를 선배들이 지나간 길이다.
돌부리마저 뽑혀버린, 고대 왕의 무덤처럼 야트막한 언덕
이곳에는 현생의 사람들이 각자의 속도로 걷고 있다.
넓고 긴 이 길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그저 옆사람, 앞사람을 살피며 떠밀러 간다.
그중에 못난 놈 하나가 우거진 숲 속 아무도 가지 않은 산에 들어선다.
"저 놈은 도착 못할 거야."
"저 사람 이상하네, 뭐 하는 건지 쯧쯧"
"신경 끄고 내 갈길이나 가자."
길을 걷던 사람들이 제각기 눈길을 훔치고 자신의 길에 집중한다.
하늘님이 변덕을 부려 비가 쏟아지는 날
발이 푹푹 빠지는 그 평탄한 길에는 해일처럼 물이 밀려와 사람들을 덮친다.
언덕에 올라선 자들이 말한다.
"꾸준히 올라오면 물에 잠기는 걸 피할 수 있어! 포기하지 마!"
"요즘 것들은 너무 게을러서 여기까지 올라오지도 못하고 한심하네."
격려와 조롱이 빗발친다.
언덕 위의 그들은 비를 쫄딱 맞아가며, 세상을 탓하며,
아직 못 올라온 사람들을 보며 자신을 위로한다.
산에 들어간 못난 놈은
나무에 가려진 빗줄기와, 계곡에 흐르는 물줄기가
높은 경사의 산길에서 동료가 되어준다.
정상에 도착해 마을을 내려다보니,
좁은 언덕 위에서 조금이라도 더 높이 올라가려고 사람을 짓누르고 있는 이들을 보게 된다.
알 수 없는, 격한 감정이 차오른다.
이것은 안도인가 연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