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라는 미로에 들어선 인간에 관하여
출구를 알 수 없는 미로에 빠졌다.
나의 의지는 아니지만,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주어지는 일종의 숙명이다.
하지만 이 미로는 출구와
또 다른 미로의 입구로 연결되어 있다.
출구에 한 번도 도착하지 못한 이는
언젠가 도착할 그곳에 희망과
가까워짐에 환희를 느낀다.
하지만 출구에 도달한 자는
또 다른 입구를 보고 좌절한다.
철학이란 그 미로에 켜진
등불 같다.
누군가는
출구를 가장 빨리 찾는 법,
출구를 한 번에 가는 법을
벽에 걸어놓은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진정으로 출구에 도달했는가.
또 다른 입구라는 걸 알고도
그렇게 떠들어대는가.
등 뒤에 켜진 등불이
어느새 번져 화마로 나를
쫓으면, 그것은 무엇인가.
그래도 묵묵히 걸어가라고?
미로의 입구에 뒹구는 수많은 시체들,
그들을 존경하게 될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