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시위.

모면.

by 살비

요즘 나를 괴롭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회의적인 생각이다.


한때는 세상을 밝고 긍정적인 태도로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은 주제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정치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투자 이야기다.


그 주제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이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그 깊이가 얕다는 것이다.
마치 책의 표지만 보고 전부를 안다는 듯 말하고,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이 많은 것을 아는 양, 묘한 뉘앙스로 떠든다.


그 덕분에 정치와 투자는 인간관계에 균열을 내기에 딱 알맞은 주제가 되어버렸다.
본인의 철학 없이, 그저 어디선가 들은 말을 흉내 내며 이야기할 때,
그 말은 곧장 날카로운 흉기가 된다.


아무렇지 않게 이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은,
자신의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모른다.


세상에는 모두가 행복하고, 모두가 돈을 버는 일 따위는 없다.
정치와 투자는 결국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 혜택을 보면, 누군가는 희생을 감수해야 하고
누군가 돈을 벌면, 어딘가는 피눈물을 흘려야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말이 정의이고, 절대선이며,
자신만이 아는 진실인 양 이야기한다.
나는 그 모습에서 무지와 폭력성을 본다.
가여운 생각마저 든다.


그 말들이 폭력처럼 느껴졌고,
결국 나는 그 대화에서 한 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왜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단언할 수 있을까.
왜 확신에 찬 목소리에는 늘 설명이 부족할까.


나는 곧 깨달았다.
그 방식에 있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서툴렀다.


이야기를 시작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게 되는 순간,
정확히 말하면 내가 실망했을 때,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진다.


나도 모르게 질문이 솟구쳤다.


좋은 정보가 있다면, 왜 당신이 먼저 실천하지 않는가?

정말 그곳에 투자하고 있는가?
당신의 말을 믿고 투자했다가 내가 손해를 보면, 당신은 책임질 수 있는가?


당신이 지지하는 사람은 정말 나를 위한 정책을 펼쳤는가?
그 사람이 나의 삶과 철학에 부합하는 후보자인가?
무엇을 공약했는가?
왜 당신은 자신의 신념을 설명하기보다,
경쟁자의 치부만을 욕하고 있는가?


가볍게 던진 말 속에는
수많은 이권 다툼과 무책임한 인생 조언이 숨어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그 말을 믿지 않아도 된다는 뜻인가, 아니면 무시해주길 바라는가?


상대방의 인생을 책임질 수 없다면,
그 말 또한 조심스러워야 한다.
찢어진 입에서 무심코 흘러나오는 말들이,
결국 누군가에겐 폭력이 된다.


한때는 내 논리로 “당신이 틀렸소.”를 주장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좋은 결과를 남기지 못했다.
대부분 배드엔딩이었다.


조심스럽게 주제를 돌리려 해도,
귀신같이 그 기류를 감지한 사람은 “왜 나를 무시하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침묵한다.


떠들어라.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
당신의 말에 조금도 동의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관계를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나만의 시위를 한다.


지금까지는 이 방식이 가장 평화로웠다.
다툴 일도 없었고, 이야기가 길어질 일도 없었다.

“그래요, 당신 말씀이 맞아요.”
(그러니 이제 그만하시죠.)


인생은 짧다.
사랑하기에도, 좋아하는 일을 하기도 너무 짧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나를 무겁게 하는 먼지는
정중히 사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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