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서 나는 냄새.
그녀는,
오랜만에 밥을 같이 먹자고 했다.
그녀와 만난 지 2년 가까이 되었지만,
3일 만의 연락이었다.
요즘 들어 연락이 뜸했었다.
그동안의 행동들이 차곡차곡 쌓여,
오늘 어떤 결과로 나올지 짐작되었다.
그 결과를, 확인하러 간다.
서로를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었던 침대.
오늘만큼은, 나란히 걸터앉았다.
그 전과는 다르게.
“우리,
여기까지가 좋겠어.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너는 언제나 너 자신을 먼저 두는 것 같더라.
그게 틀린 건 아니지만,
나는 아니야.
나는,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과 있고 싶어.
미안해.”
그녀는 평소처럼, 차분하게 말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자꾸만 시선이 갔다.
전과는 다른 머리카락 때문이었을까.
알 수 없는 불안이 올라왔다.
그녀의 생글거리는 눈빛이,
숨을 얼게 했다.
처음 만났던 날의
치명적인 향기가
다시 그녀에게서 피어올랐다.
그 향이 콧속 깊숙이 박혀,
멈춰있던 뇌를 움직이게 했다.
숨어버린 윗입술,
갈 곳을 잃은 아랫입술이
심하게 떨렸다.
그 사이로,
거짓말이 참지 못하고 삐져나왔다.
“그동안 나를 만나줘서 고마웠고,
지금에서야 후회가 드는 걸 보니
내가 잘못한 것 같아.
미안하고, 고마워.”
분명,
거짓말이라 생각하며 말했는데,
온몸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내 본심을 들킨 것 같아,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이
몸을 굳게 했다.
두 팔이
몸 뒤로 침대를 지탱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죄인처럼,
손이 뒤로 묶인 채
고개를 떨구었다.
그 모습이,
나의 지금을 정확히 말해주는 것 같았다.
밥을 먹고 가라고 했다.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작은 의식 같았다.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건지,
이 어색한 분위기를 삼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실수 없이 행동했다.
이 의식의 주인공처럼,
숨도 쉬지 않고
대사를 밀어냈다.
대사 하나 틀리면 잘릴 것 같은 신입 배우처럼,
나는 정신을 단단히 붙잡았다.
현관문을 나설 때,
그녀가 잘 가라며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분명, 내가 더 키가 큰데—
나는 아이처럼 안겼다.
‘나 없이도 잘할 수 있지?’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묘한 분노가,
몸을 떨게 했다.
그러나 이내,
애틋한 기운이 나를 안심시켰다.
그녀가 먼저 겪었을 감정들이,
불쑥 다가왔다.
혼란스러웠다.
바보같이, 이 순간 그녀에게 미안해졌다.
그 미안함이,
그녀를 향한 것인지
나 자신을 향한 것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내가 원했던 이별인지,
그녀가 원했던 이별인지도
불분명해졌다.
그녀의 온기가 사라지기도 전에
문이 닫혔다.
작게 닫히는 소리가
귀에 닿았을 때,
온기가 빠르게 날아감을 느꼈다.
그 자리를 채운 건,
알 수 없는 역겨움이었다.
나에게서 나는 냄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