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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ing오킹 Mar 23. 2020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괜한 말이 아님#3

전편에 말씀드린 동행자에 관한 이야기예요


혼자 한 달짜리 여행을 간다는 두려움에 앞서 여행 전 여행 카페에서 동행자를 알아봤어요.

루트와 여행자를 알아보는 글을 올리자마자 십여 개의 메시지가 쏟아지더라고요.

여행 가서 외국인으로 북적거리는 가게에서 혼자 밥 먹은 것도 매번 외로울 것 같기도 하고 중간에 한국인을 만나는 게 안정감을 줄 것 같아서 루트를 움직이며 처음 머무르는 장소마다 하루 이틀만 같이 다니기로 생각하고 메이트를 구했지요.


우연히 같은 시기에 일정이 비슷하게 스페인으로 가는 사람들과 쪽지로 연락 후 여행지 공유도 할 겸 가기 전에 사전 미팅을 가졌어요. 쌩판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다닐 수도 있으니 사전에 최소한 어떤 사람인지는 알아야 안심이 되겠더라고요. 몇 번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사전 미팅을 가졌죠.


약속 날 카페로 가는 길에서 어떤 사람일까? 너무 궁금했어요. 제발 좋은 사람이기를 기대하며 카페 문을 여는 순간~두둥! 기대와 다르게 어린 남자분이 앉아 있더군요. 왠지 싸한 느낌에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끼며 '저 사람은 아닐 거야' 라고 생각하고 다가갔지만 카페에 혼자 있는 사람은 그분밖에 없더라고요. 매번 메시지로만 주고받았으니 나이나 사소한 개인적인 질문들은 안 해보았더랬죠.


아 잠깐! 여기서! 왜 질문을 안했냐고요? 제가 사전 카페글에 제 정보를 올려두었어요. 제 나이는 이 정도쯤이고 처음 여행이지만 이 루트로 움직이려고 하니 비슷한 연령대 분이면 좋겠다고 말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즘 분들이 연락을 주실 거라 생각했었거든요.


뭐 어떤 분들은 어린 친구랑 다니면 능동적으로 자기가 찾아보고 뭐든 열심히 하지 않겠어?라고들 하셨을지도 모르는데 저는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같이 다니면 내가 찾아보고 노력해야 하는 것도 있을 거고 미천한 나의 영어 구사력이 들통나지 않을까? 혹은 나와 걷는 속도 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다르지 않을까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들이 들면서 미쳐 나이나 성별을 물어보지 않고 사전 미팅을 가진 것이 후회스럽더라고요. 사실 같은 시기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였던지라 그런 생각 들을 하기도 전에 약속을 잡았거든요. 뭐, 이왕 만났고 그분이랑 같은 시기에 가는 거지만 처음 하루 이틀만 같이 다닐 거니  그냥 맞춰보기라도 하자 싶어서 이런저런 정보를 공유하고 미팅을 끝냈고 각자 여행 가기 전날까지 민박이며 봐야 할 곳들 식당들을 공유하기로 약속했기에 상대방에게 민폐 끼치기 싫어서 식당과 숙소를 정하고 그밖에 큰 루트들를 이런저런 정보들을 찾아보며 서툴지만 계획을 짰어요. 며칠 안에 루트를 정하자니 머리에서 쥐가 나더군요.


그러고 며칠 후 각자 준비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날 막상 메시지를 보내니 답장이 없어서 한번 더 의사를 여쭤봤죠. 몇 시간 후 어제의 숙취로 연락이 부재였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그날 밤에 공유한다던 자료들도 계속 오지 않았어요. 아는 사이도 아니고 하니 몇 번 더 말을 꺼냈죠. 또 부재중.... 슬슬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그러곤 다음날 아무런 사과도 없이 연락을 해서는 비행기 티켓부터 경유 루트 큰 루트 간에 이동 방법까지 저한테 묻더군요. 뭐 그때까지만 해도 그래 혼자 가는 것보다는 나을 거야라는 마음이 들어서 이런저런 방법들을 알려주고 이틀 후 다시 소소한 것들을 정하기로 했는데 또 연락두절 인내심에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보지 않는 카톡 메시지와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빼가는 얄미움까지 티켓을 구할 때도 굳이 옆자리에 티켓팅을 하겠다고 하길래. 불편하지만 그래 뭐 '나보다 한참 어린데 내가 잘 보여야 할 이유도 없고 입 좀 벌리고 잔다고 창피할게 뭐람?'이라는 생각에 그냥 그러라고 했던 제 말이 너무 후회스럽더라고요.


날짜는 며칠도 남지도 않았는데 어쩌지 싶었어요. 이제는 잠도 안 오고 짜증만 나길래 그다음 날 결심했죠.

내가 좋자고 가는 여행에 이렇게 부담스럽게 시작할 수는 없지 않나 싶어서 카톡으로 '미안하지만 난 그냥 혼자 가는 게 좋겠다고요.' 그제야 제 카톡에 불이 나더군요. 여행 가기 전에 회사일을 다 해야 해서 야근이 많아 자료를 찾지 못했고 이런저런 이유들로 회식이 있어서 성실히 임하지 못했다는 변명들을 쏟아내는데 측은한 마음이 들기는커녕 아! 같이 다녔으면 다니는 내내 나를 인간 내비게이션쯤으로 여겼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후련했어요. 다만, 그 사람이 여행을 취소하지 않는 한 내 옆자리에 앉아서 여행을 같이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나 두려운 마음이었지요.


‘나 하나도 버겁다고 이눔XX야!!!’.


그 후로도 몇 번에 카톡이 왔었죠.

며칠 후 전 공항 대기실에 앉았어요.


어떻게 되었냐고요?

그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ㅋㅋ


@breeze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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