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나님 따라 시장엘 간다
시금치, 당근에 닭 한 마리 담고
저녁상에 올릴 소주도 담는다
맛이야 있든 없든
마주 앉은 밥상엔 이야기가 가득하다
농지거리로 그녀가 웃고
그녀가 웃어 내가 좋으면
그렇게 의미 있는 하루가 된다
살아가는 게 괴롭고 힘들어도
서로가 술 석 잔이면 족하다
날씬하던 허리가 굵어졌어도
애교 띤 웃음에 사족을 못 쓴다
그녀가 바라는 게
마음의 풍족함이라면
땅을 파서라도 그리 하고 싶다
내일도 마나님 따라 시장엘 간다
미처 먹어보지 못한
마나님표 재첩국 끓이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