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의 추석은
심심하였습니다
부엌과 광을 열심히 오가시던 엄니는
내게 신경 쓸 새 없이
머리에 쓴 수건이 날아갈 듯
바빴습니다
잠을 못 이겨 하던 나는
한밤에 올리는 제상에서도 졸았습니다
그렇게 기다린 것은 제사 지내고 먹는
곶감 덕분이었습니다
오늘 엄니는
자식들이 해 온 음식 드시느라
바쁩니다
명절에나 얼굴 디미는 자식들
머 좋다고 얼굴에 미소가 가득합니다
세월이 변해
제사는 안 지내지만
헤어져 사는 자식들 소식 듣는 게
유일한 낙이 되셨습니다
다음 추석에도
모두 음식 싸서
돌아오길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