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야 꺼낼 수 있었던 감정들
회사는 조용했다.
소리를 내지 않아도,
시선 하나, 숨소리 하나로
충분히 많은 말들이 오갔다.
나는 경력직이었다.
서류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지만,
조직 안에서는 그저 ‘조용히 지켜봐야 하는 사람’이었다.
5개월 먼저 입사한,
나보다 세 살 어린 선배는
신입답지 않게 일을 완벽하게 해냈다.
문서 한 장, 메일 한 통,
어디에도 서툰 구석이 없었다.
나는 조급해졌다.
아무도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공기 자체가 말했다.
“너는 뭘 할 수 있는데?”
그래서 나는,
매일 나를 삼켰다.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묻고 싶은 질문을 삼키고,
실수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삼키고,
잘하고 싶다는 조급함도 삼켰다.
빠르게 일하고,
먼저 정리하고,
선배들의 일을 묵묵히 챙겼다.
티 내지 않고,
어필하지 않고,
그냥 ‘조금 더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그렇게 하루가 가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회사는 여전히 조용했다.
변한 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선배가 내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작은 일을 맡기면서,
“이거, 네가 해줄래?”
그렇게 내 이름이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먼저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조금은 버텨낼 수 있었다.
나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진급은 멀었고,
업무는 여전히 끝나지 않고,
실수하면 숨죽이며 다음 날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매일 출근하고,
매일 퇴근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나에게 의미가 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매일 나를 삼켜야 했지만,
퇴근 후에는,
여기서 나를 꺼내보려 한다.
여기는,
오프더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