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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리고 살리고 May 31. 2018

위험한 책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이치로, 고가후미타케, 인플루엔셜, 2018)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노래가 있다. 가사만 대면 누구나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얻은 노래다. 이 가사를 ‘당신은 미움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 바꿔 불러보면 어떨까. 순간, 인상이 확 찌푸릴 정도로 기분이 상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미움받기 위해 태어났는데, 지금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면? 이토록 기쁜 일이 있을까.     


 누구나 파랑새를 꿈꾼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비록 미천하나 찬란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믿으며 열심히 노력한다.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그 시작이고 실현 가부가 끝이다. 노력하는 동안의 과정은 증발해버린다. 그런데 막상 꿈을 이루고 나면 끝났다는 홀가분함을 느낄 새도 없다. 꿈의 크기가 커지거나 또 다른 목표가 생겨 다른 꿈을 찾는다. 원하는 직업을 얻으면 원하는 집을 생각하고, 집을 얻으면 누구나 살고 싶은 동네를 계획한다. 결국 내 안의 꿈은 남이 정한 기준에 따른 것. 철학자 라캉의 말처럼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그런 신기루를 쫓느라 매일은 버텨야 하는 고통이고 즐거움은 내 것이 아니다. 

 『미움받을 용기』 (기시 미 이치로, 고가 후미 타게, 인플루엔셜, 2018)는 파랑새를 쫓느라 지친 현대인에게 지금부터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단, 기존의 사고와 믿음을 뒤엎을 용기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믿음으로부터 벗어나야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60억 인구 중 사랑을 나눌 사람은 단 한 사람이면 된다. 나머지는 대부분 모르고, 아는 사람 가운데서도 대부분은 무관심하거나 미워하는 게 현실이다. 생각을 바꾸는 순간, 미움받는 것이 어쩌면 행운이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 또는 ‘사랑했었다’가 아니던가.  

 책을 이끌어가는 철학자와 청년은 그들의 대화를 통해 독자에게 ‘행복 실행론’을 쉽게 안내한다. 우리를 괴롭히는 열등감은 주관적인 해석이므로 열등감 자체는 누구에게나 있고 조금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열등감’과 ‘열등 콤플렉스’를 구분 지어 줌으로써 다른 이와 비교하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방법을 알려준다. 가족을 부양하느라 자신의 삶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과제 분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의 시선에  신경 쓰느라 자신을 놓치고 있는 사람에게는 “네 얼굴을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은 너뿐이 난다”(p.111)라고 충고한다.  과거의 사건에 발목이 잡히거나, 미래의 희망과 꿈에 현재의 삶을 저당 잡힌 이들에게는 지금의 행동과 생각에 무게 중심을 옮길 것을 권한다.   

 이 책은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에 발판을 둔다. ‘개인 심리학’이란 분야를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철학자와 청년이 나누는 대화체의 문체는 독자가 심리학 책으로부터 느끼는 저항감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책과 독자의 거리를 좁혀준다. 독자가 질문하고 싶은 말을 청년이 대신해주는 셈이다. 철학자의 쉬운 설명을 듣다 보면 어느새 반문하는 청년에서 물개 박수를 치고 있는 열혈 독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무언가에 쫓기듯 열심히 살지만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모르는 이에게, 지금, 여기 땅에 발을 딛지 못해 삶이 허한 이는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며 살아라. 과거와 미래는 버려라. “인생이란 찰나의 연속이다.”(p.299) 그러니 춤을 추듯 살아라. “일이 전부라는 인생의 거짓말”(p.279)에서 벗어나라. 한국에서만 70쇄. 책이 팔리지 않는 출판 불황의 시대를 역행한 책이다. 왜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할까? 성공이란 꿈을 쫓아서 앞만보고 달리는 우리들에게 심리학자 아들러는 뒤통수를 치며 충고하고 있다. 꿈만 쫓는 사람들에게 위험한 책이다. 또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국가의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국민을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만 취급해 온 어느 정치인과 지식인들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책이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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