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이도 충분히 아름답길』(김언정 외 17인, 책늘, 2018)
우리 집 베란다에서는 비정기적이지만 주말마다 하는 김포 현대아웃렛의 불꽃놀이가 보인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베란다 문을 활짝 열고 이불을 덮어쓴 후, 솟아오르고 퍼져나가고 희미해지다 다시 핑 하고 뿌려지는 포물선들을 신기한 눈으로 감상하곤 했다. 몇 년 반복되니, 이젠 멀찌감치 퍽 하는 소리가 나면 불꽃놀이 하나 보다라고 여기게 됐다.
'다북다독' 서평 모임도 그랬다. 처음 서평을 배울 땐 쌤들의 개성이 묻어나는 글들을 보는 것만으로 벅차올랐다. 1년 넘게 반복되니 어느 정도 예상이 되고 특별했던 게 익숙한 글이 되면서 감동과 환희의 촉이 점점 무뎌지는 것이었다.
다북다독의 첫 서평집 <쓸모없이도 충분히 아름답길>(책늘, 2018)을 단숨에 읽었다. 18명이 1년 넘게 써 온 글 중 3편씩 모았다. 처음엔 제본을 하기로 한 것이 책이 되었다. 우리 멤버 중 한 분이 독립출판사를 등록하고 편집도 도맡아 했다. 자발적인 축제를 만든 것이다.
"이 책은 다북다독 서평 모임 회원들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폭죽이다. 나도 이들의 불꽃놀이에 동참해서 행복하다." (p.9, 윤석윤쌤 서문 중)
책이 되고 보니 글 하나하나가 마치 보석처럼 반짝이다 별이 되어 내 마음에 박혔다. 익숙해서 안 예쁠 줄 알았는데 전에는 보지 못한 명문장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보다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책이 중심이 되어 모인 모임의 특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책을 기준으로 구성됐다. 글쓴이는 책에 따라 모였다 해체됐다한다.
한 권의 책으로 각각의 다양한 생각을 볼 수 있어 함께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독서토론의 가장 큰 힘은 다양한 생각을 듣는 것이다. 타인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음을 배우고 훈련하는 곳이다. 반대할 순 있지만 비난하지 않고 분노할 순 있지만 싸우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며 남의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던 벽에 금이가고 공간을 만든다. 생각을 공유하는 것 만으로 공존의 방법을 터득한다.
"요즘처럼 말의 홍수시대에 댐과 같이 상대방의 말을 받아서 저장할 수 있는 보를 가슴에 품게 해 준 금 같은 독서였다." (p.59, 김언정쌤의 '보낸 만큼 다시 돌려받는 말 中)
서른의 불안을 자기 계발 서류의 책들을 접하며 책과 가까워졌다. '서른의 당신에게',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등 당시에 어떤 책이 좋은 줄 몰라서 대형서점 매대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나와 연관된 책을 고르곤 했다. 감동과 재미는 없고 '죽어라 열심히 하는데 왜 난 안될까?' 반감만 쌓였다. 이후에는 주변에 독서를 많이 하는 분의 추천을 받았다. 책은 좋지만 취향이 달라 책 중반에 다시 덮곤 했다.
윤석윤 선생님의 강의와 다북다독은 책을 고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서평을 낳은 책들 모두 주옥이다. 이 서평집은 숭례문학당 강사 윤석윤 선생님과 다북다독이 엄선한 책을 읽고 서평을 모은 것이다. 처음 독서에 시작하는 분들, 서평 입문자들에겐 더없이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이제 아마추어 서평가로서 '작가의 의도'보다 '독자의 해석'이 독서의 진짜 묘미임을 전파하고 싶다. 혼자라면 하지 못했을 일을 모두가 모여 한 권의 책으로 출산했으니 잘 키워봐야 하지 않겠는가. <쓸모없이도 충분히 아름답길> 이후 두 번째 서평집으로 <아직도 써야 할 길>이란 제목이 거론됐다. 우리는 이미 또 한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