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만 착하고 싶다.

화목할 “목”

by 살리미

나는 성이 목 씨다. 한자로 뜻이 화목할 ” 목“!이다. 항상 화목할 목이 참 이뻤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나로 인해, 곁에 있는 사람들이 화목해질 거라는, 확고한 자신감이었던 것 같다.

내가 아닌 타인의 화목을 위함은, 참 부단히 바쁘다. 쉼 없이, 그들을 살피고 챙기고, 위로하고, 인정하고 그리고 감사해야 한다. 그렇게 화목의 도구가 되어, 나를 태우고 나면, 따뜻한 공기는 온기가 되고, 화목함을 완성한다. 그리고 다 타버린 나는 까맣게 숯이 되거나, 재가되어 허공에 흐드러진다.


덕분에, 나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칭호를 종종 듣는다. 착하다. 센스 있다. 위트 있다. 참 고맙고, 기분 좋은 인정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인가, 그 칭찬이 나를 화나게 한다. 그 만 하 고 싶 다. 화목할 “목”


추석이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이면, 화목할 목은 너무 바쁘다. 일일이 세심히 모든 것을 기획하고, 조절해야 한다고 혼자서 부단히 티 안 나게 애쓴다. 그들의 표정과 대화와 바람과 평안을 관찰한다.

안 해도 될 텐데, 그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는 화목할 “목”이다. 그런데 그동안 화목할 “목”의 서비스에 화목을 누렸던 그들에겐, 나의 화목할 “목”이 당연해지고, 기대감까지 생겼나 보다. 이번 추석 때는, 화목할 “목”이 좀 내려놓고, 나의 화목을 챙기고 싶다고

결심했는데, 그들이 자꾸만 나에게 질문을 한다.

“뭐 할까?” ”뭐 먹을까? “ ”어디 갈까? 가만히 있는 나를 이상히 여긴다. 화목할 목 이 움직이지 않으니, 그들의 화목이 흔들린다. 그래서, 나도 화목하지 않다.

친정인데, 나는 며느리 같다. 시댁에서도 완전한며느리였다.그것도 조선시대쯤 며느리급이였다.심신이 참 바빴다.나를 챙길틈은 전혀없었다.

친정도 별반 다름없다. 이제생각해 보니, 며느리라는 역할의 화목할 목, 큰딸이라는 역할의 화목할 목이다, 나는. 아내로서 화목할 “목”, 엄마로서 화목할 “목” 딸로서, 언니로서, 친구로서, 이웃으로서, 하물며, 당연히 서비스를 누려야 하는 고객일 때도 나는 화목할 목을 해야 하는 오지랖을 부린다.

손해 보는 것 같다. 나만 힘든 것 같다. 내가 바보 같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처음부터 지음 받은 창조물인 것 같다. 그들이 화목할 때 내가 가장 화목하다는 걸 사실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막내사위파티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호들갑을 부리며 그들을 웃게 했다.

화목할 목 덕분에 엄마의 막내사위 생일이 있는 추석이 화목하게 지나간다.


조용히 나를 안아주고싶다. “너 참 수고했어!”

나의 하나님이여! 부디 천국에서는 그만 착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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