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을 몇 마리만 키워 보기로 했다. 자투리 나무들로 닭장을 만들어 암탉 5마리와 수탉 1마리를 들였다. 장성한 닭을 사면 너무 비싸서, 큰 병아리 정도로 자란 토종닭들을 데려왔다. 거뭇한 갈색 털이 보송하게 뻗쳐있는 병아리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더 이상 안 자랐으면 좋겠단 생각을 자주 했다. 우리 밭에서 자란 상추, 엄마가 달이고 남은 홍삼 쪼가리 등을 먹고 닭들은 금세 컸다. 덕분에 따끈하고 신선한 유정란들을 꽤 많이 먹었다. 물론 나는 쪼일까 무서워 달걀 수거는 못 해 봤지만.
그런데 수탉과 암탉의 비율이 적절하지 않았던 건지, 수탉 녀석이 암컷 다섯 마리를 하루 종일 괴롭히기 시작했다. 결국 암탉 한 마리가 죽었는데, 한창 AI가 기승을 부릴 때라 가족들 모두 긴장하며 당국에 신고까지 했고, 알고보니 패혈증이었다. 수탉이 너무 올라 타 발톱으로 상처를 낸 곳이 덧난 것 같다고 했다.
우리의 좁은 닭장에는 더 이상 암탉을 들일 수 없었고, 닭들은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알을 낳지 않았다. 일단 가엾은 암탉들은 다른 집으로 피신시켰다. 동네 분들은 우리 닭장을 지날 때마다 늘 입맛을 다셨다. 저 토종닭들 언제 잡을 거래니? 엄마는, 어떻게 키우던 걸 먹어요, 라는 말을 삼키곤 했었는데, 그 인기 많던 수탉은 결국 앞 집에 잡혀가 운명을 다 했다. 아직도 연례행사처럼 보신탕을 해 먹는 동네였다. 닭볶음탕을 했다고 먹으러 오라는 걸, 나는 차마 가지 못 했다.
우리는 더 이상 닭을 키우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