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귀농하신 동네에서 '배달'이 되는 것은 단 하나, 이서방 통닭이다. 우리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인데, 한 마리는 적고 두 마리는 너무 많을 땐 한 마리 반도 튀겨주는 신박한 통닭집. 전화로 닭을 시키면 사장님이 오토바이를 타고 오시기도 하지만 어쩔 땐 걸어서도 가져다 주신다. 바깥에서 이서방이요~ 하면 가지러 나간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백화점과 마트에 가는 게 낙이었던 우리 엄마에게, 대형마트라도 한 번 가려면 무려 '도'(충청도와 전라도)를 건너가야 하는 시골생활은 말은 못해도 꽤 답답했을 거다. 종종 서울에 올 때마다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배달 서비스. '이게 배달이 돼?', '아니 설마 이것도?'. 빙수를 좋아하는 엄마에게 배달앱으로 매번 빙수를 시켜 줬더니 속이 아프든 이가 시리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먹는 모습이 귀여웠다. 신문물에 감동한 엄마는 앞으로도 배달이 되는 모든 걸 경험 해 보고 싶다고 했다. 구운 삼겹살도 배달이 되는 걸 알면 놀랄텐데.
집에 내려가실 때에 고속터미널에 쉑쉑버거라는 게 있으니 드셔보시라고 알려드렸다. 소싯적 해외로 출장도 가고 여행도 다니던 아빠였는데, 메뉴판 글씨가 너무 작아서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점원에게 물어보려니 영 부끄러워서 그냥 만둣국 먹었다고 웃으면서 말하는 모습을 보니, 문득 우리 부모님도 이제 나이가 드셨구나 싶었다. 새로운 것이 놀랍고, 혼자 하는 것은 두려울 수 있구나. 다음 주에는 수제버거를 시켜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