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아무리 찾아봐도 맛집 정보 하나 나오지 않는 곳
보르네오 정글 크루즈는 다양한 지역에서 시작되는 데 우리의 여정은 보르네오섬 중앙 칼리만탄 지역의 수도 팔랑카라야에서 시작되었다. 자카르타에서 1박 후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팔랑카라야로 향하는 국내선을 탔다. 팔랑카라야 공항은 Tjilik Riwut Airport (PKY)라는 읽기도 어려운 공항이었다. 비행기를 타자 외국인이 점점 보이지 않기 시작했는데 이번여행을 함께 하게 된 시동생 부부네와 우리 부부 외 두 명의 외국인 백패커가 전부였다. 아담한 사이즈의 비행기를 타고 약 2시간 정도 걸려 드디어 팔랑카라야에 도착했다. 작은 시골 공항을 예상했는데, 세계 네 번째의 인구수의 위엄이랄까, 웅장하고 현대식인 건물이었다. 팔랑카라야는 무슬림이 대부분인 지역인데, 그래서인지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수많은 무슬림사원들과 기도 시간이 알리는 노래가 울려 퍼져 이국적이지만 무언가 낯설었다.
우린 정글크루즈 여행사에서 추천해 준 (이 지역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라는) Swiss-Belhotel Danum Palangka Raya 호텔에 숙박했는데, 관광오는 외국인들은 주로 이곳에서 묵는 곳이라고 했다. 스위스 벨 호텔은 인도네시아에서 자주볼 수 있는 체인 호텔이다. 우리가 묵은 팔랑카라야 스위스 벨은 4성급이었고 조식없이 약 5만 원대였다. 2인 조식을 추가해도 약 6만원대에 묵을 수 있다. 우린 같은 호텔에서 정글 크루즈를 시작하는 날과 끝나는 날 총 2박을 했다. 수영장 호텔이 매우 멋진 곳이었다. 호텔 직원들은 대부분 매우 상냥하고 친절하였다. 많은 직원들이 내가 한국사람인지 매우 궁금해했다. 한국인 관광객을 처음 만나본다는 직원도 있었고 한국을 좋아한다는 직원도 말을 걸어왔다. 아직 이때까지도 남은 여행동안 추후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앞으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임을 알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뒤편에 더 이어가겠지만, 나는 후세에까지 들려줘도 좋을만한 매우 귀중한 경험들을 하고 돌아왔다. 단지 오랑우탄을 보고, 정글 크루즈에서 한가하게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호텔에서 가볍게 저녁을 먹고 호텔 주변을 돌아보았는데, 호텔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이 칠흑만 가득했다. 뭐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을까 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아무리 맛집을 찾아봐도 맛집이 안 나오는 이유가 있었다. 보도조차 없는데 맛집이 있을 리가 없었다. 정글 크루즈 안에는 술이 없다길래 며칠간 보트에서 마실 술을 몇 병 사서 호텔 안에 돌아왔다. 다음 날 가이드와 이른 시간에 만나기로 해서 일찍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정글 크루즈 여행사의 우리 가이드인 Arif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밴에 차곡차곡 짐을 싣고, 꽉꽉 끼어 앉았다. 바로 크루즈 승선을 하는 건 아니고, 중간에 오랑우탄 보호구역에서 먼저 오랑우탄을 보고, 점심을 먹고 승선을 한다고 했다. 이렇게 정글 크루즈 여행의 첫날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출발한 지 약 40시간 후였다.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