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 흔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냥 Oct 31. 2020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결국 모두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정말 놀라웠다.

 빚을 안고 야반도주를 했던 가족의 내용이었던 '묵도는 비틀스' 중에서, 마지막에 고스케가 자신의 미래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살로서 아들의 이름을 지우려고 했던 부모님의 마음을 깨달았을 때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고스케는 그동안 부모님이 잘못된 선택을 헸기 때문에 끊어진 연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살아왔지만, 나미야 할아버지한테 보내는 답장을 쓰면서 마침내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컸던 부모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고, 나미야 할아버지가 말했었던 '온 가족이 같은 배에 타고 있기만 하면 함께 올바른 길로 돌아오는 것도 가능합니다.'라는 말과 비틀스의 영화 엔딩 부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여기서 사람의 기분이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일 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고, 나 또한 항상 사실을 그대로 보지 않고 나의 기분에 따라 오해를 하며 현실을 받아들이진 않았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사랑이란 내가 항상 자식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기 마련이고 가족이란 함께 한다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두 번째로는 '한밤중에 하모니카를' 이야기 중에서 아버지가 가쓰로에게 한 말이다. '도쿄에 가서 열심히 싸워보라고. 그 결과, 싸움에 패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괜찮아. 어떻든 너만의 발자취를 남기고 와.' 처음엔 누구보다 반대가 심했던 아버지가 결국 아들의 꿈을 누구보다 응원하고 바라는 사람이 되어 아들에게 꼭 발자취를 남기고 오라는 말이 감동적이었다. 어쩌면 반드시 꿈을 이루라는 말보다는 나만의 발자취를 어떻게든 남기고 오라는 말이 아들에게는 더 의미있게 들리지 않았을까. 큰 성공만이 중요한 것이 아닌, 사소한 흔적도 결국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면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나 자신에게도 떳떳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나만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로는 달토끼씨가 보냈던 편지 내용 중에서 '지금까지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왔기 때문에 나는 나답게 살 수 있었고, 그런 나를 당신이 좋아했던 거니까. 부디 내 꿈을 향해 달려가게 해줘.'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은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후회가 남지 않는지는 나 자신만이 알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다. 약혼자가 아픈 상황에서 내 꿈에 집중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행동이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것이 가장 큰 사랑의 모습인 것이다.

 네 번째로는 먼 훗날 도둑과 편지의 주인으로 만나게 되어 하루미가 나미야 잡화점으로 보내는 편지를 도둑이 보게 되었을 때의 장면이 기억이 난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을 정도로 한 사람의 30년 인생이 편지 몇 통으로 요약되어 볼 수 있었고, 마침내 당사자들이 만나게 되었을 때의 장면은 정말 극적이라서 작가의 기발한 스토리 구성에 놀랐고 감동적이었다. 비록 현실에서 이미 이루어진 내용으로 조언을 해주긴 했지만, 항상 조언을 귀담아듣고 성실히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하루미의 삶이 대단해 보였다. 자신만의 뚜렷한 기준과 목표를 가지고 긍정적으로 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아쓰야 일행에게 나미야 할아버지가 보낸 마지막 백지 편지에 대한 답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냥 장난인 편지로 무시하지 않고 백지 편지에도 정성스럽게 답장을 하는 장면이 매우 감동적이었고, 내용에서도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라는 말도 생각을 깨는 생각이었다. 방향도 목표도 없을 때야 말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나 또한 내 삶이 버겁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 적이 많은데, 오히려 이런 때에 좀 더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전혀 다른 길을 돌아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나왔던 등장인물들과 편지에 담긴 구절들을 나침반으로 삼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라는 말처럼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만이 그려나갈 수 있는 것이다. 나미야 할아버지는 수많은 조언을 해 주었지만, 결국 선택은 주인공들이 했고, 좋든 나쁘든 결과 또한 본인이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주체적으로 살아나가야 하며,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행위는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언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조언을 통해서 현재의 나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돌아볼 수 있고, 생각지 못했던 관점에서 제3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고, 나의 미래를 미리 가정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아성찰을 하는 시행착오의 단계를 지나면 마침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눈을 만들 수 있다.

  나미야 할아버지는 아마 이런 뜻에서 '중요한 것은 본인의 마음가짐'이라는 말을 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고민상담편지를 작성한다는 선택 자체가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닌 본인이 선택해서 한 일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결과물인 것처럼, 아주 작은 선택들이 모이고 쌓여 현재와 미래의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행동은 있을 수 없고, 모두 다 연관되어 삶에 작용하게 된다. 내 삶에서 쓸모없거나 소중하지 않은 시간은 없으며 모든 순간이 다 의미있는 시간들인 것이다.

 나미야 할아버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이런 내용이 아닐까.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내 마음가짐과 태도에 따라 삶이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참 간단하지만 중요한 말이다. 오랜만에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책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렸을 때는 무슨 내용인지 몰라 한 두 페이지 읽고 책을 덮었었는데, 지금에서야 다 읽으니 이렇게 좋은 책인지 몰랐었다는 게 이상할 정도로 좋은 책인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진민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