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들에게 필요한 인식처
한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져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아.
다른 새가 슬그머니 그 자리을 메워 빈자리가 티도 나지 않으니까.
이 책은 아주 어렸을 때, 아이북랜드(?)로 매주 책을 빌려보던 시절 읽었던 책이다. 얼마전 표지 겉장의 그림과 '참새'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서, 이제와 뜬금없이 다시 찾아 읽었다. 책은 이미 절판되어서 어린이도서관에서 겨우 빌릴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수많은 책 중에서, 그것도 갖고 있던 것도 아닌 잠깐 빌려봤던 책이 아직 내 뇌리에 깊이 박혀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어린 마음에 충격이 컸나..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내용이 맞는지 확인해볼 겸, 어린아이로 돌아가 책을 다시 폈는데 중간에 손에서 놓기가 힘들어, 쉬지도 않고 단숨이 다 읽어버렸다.
'어둠 속의 참새들'은 미국 어린이 동화작가가 쓴 책인데, 전개 속도가 매우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소설이다. 다시 읽어보니 그때 내가 왜 그토록 마음 졸이며 읽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외로움, 납치, 감금, 노동착취, 병... 어린 주인공이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경우의 고난과 역경을 함께 느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도 스피드하게 5명의 친구와 가족을 만나 행복하게 마무리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아동 노동 착취'가 빈번했고, 그러한 문제에 관한 소설이 많이 출간되어 읽혔던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잊혀진 이야기들이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아동의 노동문제가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콜리가 브로긴 소년의 집으로 납치당한 후 무사히 탈출하기까지 겪는 위험한 상황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동시에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인 마티, 노아, 루퍼스, 토비, 착의 선한 도움과 우정을 그린다. 우연에 우연의 연속이지만, 어떤 상황이 닥쳐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법. 잔혹한 상황에서도 콜리와 아이들의 순수함과 용기가 참 아름답게 느껴져서, 나도 어린 시절 마음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우린 꼭 저 하늘을 날아다니는 참새 같은 신세야. 몇백만 마리들이 그저 빙빙 날아서 돌아다니지. 얼마나 많은지 그 수를 세어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래서 한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져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아. 다른 새가 슬그머니 그 자리를 메워 빈자리가 티도 나지 않으니까.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떻게 되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아. 우리 가운데 누군가가 유리공장이나 방앗간 아니면 망할 놈의 식기 세척장에서 일하다 죽어 나가도 누가 알기나 하겠어? 누가 신경이나 쓰겠냐구?
마티가 다른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다. 참새 같은 어린아이들이 집에서, 거리에서 얼마나 방치되어 지냈는지를 단번에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그저 길가의 참새나 돌멩이 혹은 낙엽을 보듯 무심히 대하고, 혹여나 내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한다.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나 또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사람으로 무장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본다.
지금 험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어른이들에게는 모두 지난날 한 번쯤 지니고 있었던, 순수한 동심을 다시 만날 수 있는 동화의 안식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