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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 Aug 21. 2021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편리한 일상에 대한 경고

우리는 버리기 위한 목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느라 시간을 쓰고 있다.


 이상기후, 미세먼지, 코로나19.

 자연은 인간에게 여러 가지 현상으로 끊임없이 경고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경고를 그저 짜증스러움으로 대하고, 대수롭지 않은 것쯤으로 여겨 이전보다 더욱 편하고 안락한 생활을 위한 방법을 찾는 데에 몰두한다.

그러나 자연은 생각보다 위급한 상태다. 눈앞에 직접 보지 못한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최근 탄소정책이다, 뭐다 해서 친환경 정책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골머리를 싸매고 열심히 고안해낸 정책 중에는,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채 새롭게 또 다른 소비를 만들어내는 것도 많다.

 이제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은 우리가 가진 것들을 나누고 포기하는 방법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도 그저 자연은 나와 멀리 떨어져 있어 내 삶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 선택사항쯤으로 여겼다. 그렇기에 이 책을 사서 읽을 때도 오늘 주문하면 다음날 문 앞에 배송되는 택배를 이용한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더 이상 내가 현재의 편안함만을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며, 나의 일상적인 행동에도 무거운 책임이 뒤따른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 행동의 조그마한 변화라도 곧 큰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나의 생각을 변화하게끔 만들어 준 책에 호프 자런은 환경의 변화와 그 원인들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통계수치로써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1킬로그램의 연어를 얻으려면 3킬로그램의 연어 먹이가 필요하다. 1킬로그램의 연어 먹이를 얻으려면 5킬로그램에 이르는 물고기를 갈아야 한다. 그러디 보니 양식장에 가둬놓고 키우는 연어 1킬로그램을 얻으려면 바다에 사는 작은 물고기 15킬로그램이 필요해진다.
 가장 낙관적인 양식 전문가는 바다에서 이런 먹이 물고기를 매년 3,000만 톤 정도만 잡아들이면 먹이사슬이 지속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 우리는 이 수치의 75퍼센트 선에 와 있다. UN에서는 2030년까지 인간이 지금보다 물고기 2,000만 톤을 더 소비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금과 같이 비효율적인 양식을 통해 물고들을 생산한다면 매년 바다에서 2,800만 톤의 먹이용 물고기를 잡아들여야 하는데, 이는 유엔에서 정한 3,000만 톤이라는 제한선 턱 밑까지 올라오는 수치다. 앞으로는 어디로 가야 할까?

 몸에 좋다고 하는 연어. 연어가 이렇게 생산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국에서도 노르웨이의 싱싱한 연어를 먹는다는 게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이제 내가 연어를 먹을 때 이 연어의 먹이가 되기 위해 인공적으로 희생당한 어마어마한 수치의 바다의 물고기들이 생각나 이전처럼 그저 맛있게 먹을 수는 없을 듯하다. 과연 이런 연어가 정말 몸에 좋은 걸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은 자라나고 우리 몸은 시들어가고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찾아온 죽음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버리기 위한 목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느라 시간을 쓰고 있다.

 머리가 띵 했던 대목이다. 나의 삶은 무언가를 생산하는 삶이라기보다는 지나치게 소비하고 있는 삶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더 넓은 집에 가려고, 더 편한 차를 타려고, 더 멀리 여행 가고, 더 시원한 여름, 더 따뜻한 겨울을 나려고, 더 맛있고 푸짐한 음식을 먹으려고, 더 깨끗하려고, 매 순간 더 편리하려고.

 남들보다 멋지고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다른 어떤 것을 아무런 생각도 죄책감도 없이 지나치게 희생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가 던져버리는 플라스틱의 10퍼센트는 바다로 가서 영원히 대양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다니는 거대한 부유 쓰레기를 이룬다.

 코로나19 이후 심각하게 대두된 것 중 하나가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이다.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삼십 분 안에 배달되는 문화가 당연시되고, 피로해진 많은 사람들이 그저 귀찮음에 시키는 배달음식들로 인해 나오는 엄청난 플라스틱 일회용 용기가 차곡차곡 지구에 쌓이고 있다. 이 모든 쓰레기는 곧 우리에게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짜장면 한 그릇 배달이 안되고, 배달 용기를 철가방에 다시 수거해가고, 그만큼 특별한 날 신중히 음식을 골라 주문했던 결코 오래되지 않은 지난날이 생각난다.



 지구 상 모든 사람이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택한다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현재의 네 배 이상이 될 것이다...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함께 최소 2도의 기온 상승도 따라올 것이고, 그에 따라 대격변이 일어날 것이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이산화탄소를 발생하고 있는 것임을,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잠이 들 때까지 내가 사용한 일일이 세기 힘들 만큼의 모든 전기, 여러 번 걸어 다니기 싫어 한꺼번에 짐을 싣고 가까운 거리를 이동했던 자동차, 코시국에 힐링하겠다며 이용했던 제주도행 비행기, 더운 여름을 참지 못하고 날마다 틀어댔던 다음 해를 더 덥게 만들어줄 에어컨..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나의 에너지를 쓰며 잠깐의 불편함을 감수해봐야겠다.



 두려움에 떨 시간도 포기할 시간도 아니고,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시간이다.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면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분명 '어쩔 수 있지만 행동하지 않을 뿐'인 문제다. 모두에게는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도 한다. 게으른 허무주의에 유혹당해서는 안 된다고. 한 가지 해결책이 우리를 구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먹는 모든 끼니, 우리가 여행하는 모든 여정, 우리가 쓰는 한 푼에 지난번보다 에너지가 더 사용되는지 덜 사용되는지를 고민하며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많이 바뀌었다. 인간의 이기심을 경고하는 코로나19는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고, 인간은 오히려 더욱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하는 중이다. 조류독감 구제역에 걸린 동물은 인간의 먹이 공급을 위해 너무나 쉽게 산 채로 매장하면서, 인간의 전염병인 코로나19를 없애기 위해서는 2년간 엄청난 노력을 들이고 있는 점은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의료진의 방호복, 코로나 검사를 위한 삼초마다 버려지는 일회용 장갑, 매일 수 억 명이 사용하고 버리는 마스크, 자가 격리자들을 위한 택배와 배달음식 일회용 용기, 거리두기를 실천한다며 만들어내는 플라스틱 가림막, 대중교통은 찝찝하다며 혼자 타고 가는 자동차.

 인간을 위해 사용되는 이 모든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코로나19를 없애기 위한 방법이 틀렸는 지도, 우리가 지금 그토록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지난날의 모든 일상이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행동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가 만들어낸 코로나19도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으로, 호프 자런은 다음과 같은 질문 단계를 제시했다.

step1. 나의 가치관을 살퍄본다.
step2. 정보를 모은다.
step3. 가치 체계에 합당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step4. 자신의 가치관에 합당하게 개인 투자를 할 수 있을까?
step5. 내가 속한 기관을 나의 가치 체계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렇다. 우리는 바뀔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말대로, '문제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능력 어딘가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숨어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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