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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 Aug 17. 2022

귀뚜라미 우는 밤

외로워서 공부하는 사람

며칠 전까지는 밤까지 매미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밤공기가 시원해지더니 어느새 귀뚜라미 소리가 창문을 타고 넘어온다. 촉각과 청각을 통해 시간이 여전한 속도로 흘러가고 있음이 새삼스럽다. 나의 시간도 아주 성실히 흘러간다.


요즘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에도 방어적이 된다. 또한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은 옹졸해져서 조금이라도 상처받는 걸 애초에 차단시키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부담을 느끼곤 한다. 에너지가 무척 작아서 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벅차기에.


점점 하루가 짧다. 어릴 때는 시켜도 하지 않던 공부가 요즘은 재밌다. 지금껏 관심도 없던 분야도 속속 파헤치고 싶다. 앎의 기쁨과 시간의 유한성에 대한 조급함이 더해져 매일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쳐 든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한 가지가 더해지면서 나는 공부벌레가 되고 있다. 외로움. 외로울수록 책에 더욱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나를 보며 외로워서 공부하는 사람도 있겠구나 싶다. 시간이 날 때 딱히 전화를 걸 사람도,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없기에 그저 방 안에서 책을 읽는다. 고독한 시간을 그나마 유용하게 때우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다. 몸을 움직이는 걸 도무지 내키지 않아 하는 나로서는 운동보다는 책이 수월하다. 내력을 쌓는다며 갈수록 몸보다는 머리만 이리저리 굴린다.


새롭게 도전하기 위한 준비를 위한 준비만을 하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 한시름 안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우는 소리로 깊어가는 여름밤에 몇 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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