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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리 Mar 18. 2021

경력이 없는데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들죠?

스타트업 신입사원 채용에 지원하는 사람을 위한 포트폴리오 제작 팁

요즘 스타트업들은 인턴이나 신입 사원을 뽑을 때도 포트폴리오를 요구하곤 합니다. 이런 회사에 지원할 때 학생 분들이 참 막막해하실 것 같아요. "경력이 없어서 인턴에 지원하는데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내라는 거야?"

그래서 오늘은 신입 레벨 지원자들이 어떻게 하면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을지 얘기해 보겠습니다.

(저는 마케팅 직군의 관점에서 작성했습니다. 다른 직군 분들은 참고만 해주세요.)


시작하기 전에, 포트폴리오에 대한 개념부터 말씀드리고 싶어요. 흔히들 포트폴리오 = 나의 작업물 모음이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저는 마케터 채용에 있어서는 포트폴리오 = 마케팅 제안서라고 생각합니다. 포트폴리오에서 드러나야 하는 것은 나의 역량입니다. 역량은 내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즉 나의 과거 경험을 통해서 보여줄 수도 있지만, 내가 그 회사에 입사해서 할 업무의 방향, 즉 미래를 통해서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타트업의 인턴, 신입사원 채용에 지원할 때는 내가 이 회사에 입사해서 이런 마케팅을 해보고 싶다는 내용의 제안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습니다.


먼저 해당 회사 제품 (또는 서비스)와 경쟁사 동향을 분석하고, 타깃을 분석하고, 해당 타깃에게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지를 작성했습니다. 분석이나 전략 수립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SWOT 분석과 4P 등을 이용했어요. 진부할 수 있지만 기본이 최고다. 이러한 제안서는 내가 이 회사에 지원하는 것을 얼마나 진지하게 여기고 있는지, 또 업무에 대한 열정까지 보여줄 수 있습니다. 특히나 스타트업의 경우 회사에 대해 잘 이해하지 않은 채 묻지 마 식으로 지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회사에 대해 조사하고 시장을 분석했다는 성의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긍정적 첫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전략에 관해서는 너무 목숨 걸고 '난 꼭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신박한 전략을 쓸 거야!' 하며 제안서를 쓰지 마세요. 어차피 신입 사원에게 엄청난 창의력과 업무 역량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면접관들도 모두 신입사원 시절을 겪었잖아요. 현실적인 신입사원의 수준을 이미 인지하고 있어요. 너무 돋보이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에요. 스타트업 채용은 시간 싸움인 경우도 많습니다. 내가 지원서를 너무 늦게 제출한다면 그 사이에 이미 다른 사람을 뽑아서 채용을 종료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성실함과 성의를 보여주는 정도로 제안서를 작성하고 빠르게 제출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실제 제가 제출했던 제안서 일부 발췌입니다.

첫 번째 파트에서 이렇게 제안 내용을 작성했다면, 두 번째 파트에서는 내가 이 제안을 왜 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바로 과거의 경험이 활용되는 거죠. 경험을 보여줄 땐 1부에서 작성한 나의 전략과 연관된 경험을 선별해 담습니다. 예를 들어, 나의 전략 중 타깃과 소통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 운영에 관련한 내용을 적었다면 경험 부분에서도 동아리 인스타그램 운영 경험이라던지 대외활동을 하며 카드 뉴스 콘텐츠 기획을 했던 경험 등을 보여주는 거죠. 이렇게 두 번째 파트에서 경험을 제시하면 앞에서 내가 제시한 전략이 그냥 뜬구름 잡는 소리를 적은 것이 아니라 근거가 있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내용임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제 포트폴리오는 이렇게 두 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을 때는 앞의 제안서 파트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요.


포트폴리오 이야기를 하니 한 스타트업 신입 마케터 채용에 지원하여 대표님과 면접을 보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저는 대표님께 물어봤어요. "제가 포트폴리오 대신 이런 제안서를 보내드렸는데, 혹시 어떻게 평가하셨나요? 그리고 다른 지원자들의 제안 내용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면 저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하면서 말이죠. 그랬더니 돌아온 답변은 이거였습니다. "사실 신입 레벨에 지원하는 지원자들의 제안서 내용은 비슷비슷합니다. 진짜 회사를 다니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부분들이 있으니까요. 비슷한 수준의 제안서들 사이에서 누구를 합격시켜 면접을 볼지 결정하는 요소는 진정성과 태도입니다. 제안서 하나를 보더라도 이 사람이 이걸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고 정성을 쏟았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실력으로 승부를 보아야 하는 때는 경력이 조금 더 쌓이고 난 뒤입니다. 신입 때는 기본 역량과 함께 일에 대한 나의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간단한 장표 한 장을 만들 때도 조금 더 꼼꼼하게, 조금이라도 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면 직장생활의 기본이 되는 성실함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잘 드러날 수 있을 겁니다.


여기까지 제가 스타트업 취업 준비를 막 시작한 시절에 활용했던 포트폴리오 제작 방법이었습니다. 소소한 팁이지만 이 방법이 여러분의 최종 합격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면접의 기회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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