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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은 Sep 14. 2019

두려움

더 멀리 나아가는 여정에서의 멀미



가만히 침대에서 몸을 웅크리고는 생각에 잠겼다. 나를 나아가게 하는 것과, 나를 멈추게 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 일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나아가게 하는 것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의미. 반대로 멈추게 하는 것은 행동에서 생각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말한다.

애석하게도 나를 나아가게 하는 것은 두려움이었다. 가족과 주변 친구들, 지나가는 친척들의 말에서 열등감 비슷한 것을 자주 느꼈다.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 다른 이름으로는 열등감이라고 하는 감정이 샘처럼 솟아올랐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에서 유발된 감정이라 믿었지만, 결국 생각해보면 지는 순간조차 내가 인정하지 않으면 열등감으로 다시 이어졌던 것 같다. (지금도 이 감정을 열등감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것'이라 지칭하는 걸 보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나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기 위해 내뱉는 말이나 행동, 혹은 나를 위한답시고 건네는 위로들은 결국 내가 뒤처져있다는 상황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사실 지금 보면 뒤처졌다고 결과를 내린 근거는 전부 상대적이었다. 나보다 높은 성적을 받은 친구들에 비해. 나보다 더 좋은 대학에 간 친구들에 비해. 나의 부모보다 더 부자인 부모를 만난 이들에 비해. 끝없이 상대적인 기준들로 나를 규정하려다 보니 내가 앞선 상황은 단 한 번도 있을 수가 없었다.

뒤처지는 것이 싫어서 생각을 멈추고 즉각 행동에 옮겼다. '그래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게 아니지.', '난 후발 주자인데 여유를 부리는 게 말이 돼?' 두려움은 생각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행동이라는 단계로 연결시켜줬다.

열등감이라는 중간 단계가 단점이지만, 결국 두려움은 결과적으로 나를 나아가게 해주는 감정이다. 두렵기 때문에 생각에 잠겨있는 시간보다는 행동을 선호한다. 무엇이라도 해야 두려움이라는 내 안의 감정을 지울 수 있으니까. 공포 영화를 보며 소리를 지르거나 눈을 가리는 사람들, 쫓아오는 두려움을 피해 열심히 앞으로 뛰어나가는 사람들. 두려움은 쓸데없는 생각을 지워준다.

상대적 기준, 열등감으로부터 벗어나자. 그리고 두려움을 받아들이자. 열등감에서 비롯된 두려운 감정은 단순히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끝없는 노동의 굴레에 갇히게 한다. 생각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것이 아닌, 행동만을 강요해 스스로를 지치게 한다.

두려움이 쉬운 감정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두려움을 느끼는 과정에서 일정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어진다. 그래도 우리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 발, 두 발 딛고 달릴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었던 건 아닐까. 그 과정에서 일시적인 멀미 증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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