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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은 Dec 07. 2019

미안한 마음

연민 혹은 배려

굳이 미안한 마음을 분류해보자면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깝지 않을까. 누구라도,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행동한 적이 있다.  마음은 사소한 다툼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혹은 시간이 흘러  과거를 되돌아봤을  '그때 내가  그랬지.' 하는 옅은 마음조차도 미안한 마음에 가깝다.

나에게도 미안한 마음은 수시로 찾아오는 편이다. 과거를 자주 회상해보는 탓에, 마음을 온전히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 굉장히 자주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조금만 더'라는 한편의 미련은  마음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언제는 갑자기 이런 마음이 들어 편지를 써서 친구  우편함에 꽂아놓은 적도 있다. 너무 시간이 지난 일이라 친구는 놀랐지만, 나름대로 청산하는 과정이었다.

얼마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조금 놀랐던 일이 있다. 친구 말로는 내가 살짝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찾아와 술을 먹자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다 둘이 소주 한 병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을 짚던 와중에 불현듯 내가 '미안하다며' 한번 안아보고 싶다고  . 그리고는 굳이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를  안아줬다는 나름 훈훈한 이야기였다.

나에게 이렇게 따듯한 면이 있구나 하는 사실은 둘째 치고,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 봐도 내가  친구한테 뭐가 그렇게 미안했는지 ' 마음'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뭐가 그렇게 미안했을까.  속에서 어떤 마음을 나도 모르게 차곡차곡 쌓아온 걸까.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도,   없는 마음으로 행동했다는 점에 대해 또다시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웃지 못할 일이었다.

돌이켜보면, 수시로 갖게 되는 미안한 마음의 근원은 아마도 책임에 있지 않을까. 누군가에게는 응당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꼿꼿한 마음이 있고, 매번  기준을 채우지 못할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피어오른다. 상대가 아닌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이렇게 이렇게 대해야 한다는 기준을 미치지 못하면 스스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 차게 된다. 애초에  기준들이 너무 엄격했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미안해야 편한 구석도 있다. 누가 나에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보단 차라리 내가   맞춰주는 쪽이 익숙하다. 미안한 마음이 있어야 상대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생겨나고, 배려가  쉽다. '미안하니까'라는 문구를 붙이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행동도 기꺼이   있다.

너무  자신을 조아리지만 않는다면 어쩌면 미안한 마음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있다.  좋은 마음과 말들로 가득한 일상에서 미안한 마음 하나만으로도 '친구를  안아줄  있는' 따듯한 행동을   있다. 어제에 대해서 조금  미안해져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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