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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은 Feb 16. 2020

한심

멈춰있는 상태

부정적인 감정을 글로 승화시킬  있었던 , 내가  감정을 납득했기 때문이다. 받아들이고 분석하고 해석할  있었다.  며칠간 글을 쓰는 일이 힘들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어떤 것보다 확실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부정적인 감정인지,  그렇게 느끼며, 어떻게 생각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판단이 전혀 서지 않았다. 결국 나는 느꼈다.  꽤나 한심하다.

신기한 모순이다. 좋은  짧은데 힘든  길다. 좋은 감정은 자꾸 떠올리기보다는  순간을 만끽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느끼지.   이렇게 좋을까. 아무리 치밀한 사람이라도  좋은 감정을 구태여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왜냐, 그냥 좋으니까. 반대로  좋은 감정은 자꾸 떠올린다.  왜 이러지 내지는 이러기 싫다 하는 . 이런 생각이 지속되면  안에 갇힌다. 부정적인 감정에 갇혀서 나아가지 못한다.  후에 느끼는 나에 대한 감정이 바로 '한심함' 아닐까.

깊게 우울하지도, 짜증 난다고 성질내기에도 애매한 감정일  나는 종종 내가 한심하다고 느낀다.  어떤 우울한 상태보다도 무언가 해내기 쉬우면서도 막상 뭔가 하려고 하면 온갖 걱정들이 떠오른다. 가만히 앉아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면 벌써 며칠이 지나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스스로가 그렇게 한심하기 짝이 없다.

요즘, 해야 할 일은 매일같이 꾸준히 했다. 오히려 어느 때보다 열심히 새벽같이 일어나 해가 중천에 뜨기 전에 마무리하겠다는 욕심도 부렸다. 마치 혼자 퀘스트 게임을 하듯이,  일을 하나하나 제거했다. 보통은 뿌듯하다고 느꼈는데 어느 순간 그렇지 않았다. 스스로 느끼던 만족감의 게이지가 통째로 없어진 기분이었다. 전혀 만족하지 않았고 오히려 '헛되다' 생각이 지배했다.

하던 일을 열심히 하다가도 몇 시간이고 앉아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를 생각했다. 의미와 목표, 마음가짐 등등등... 멈추지 않는 생각들은 애초에 찾으려던  의미도 숨겨버렸다. 그렇게 보낸 시간들을 밤에 되돌아보면서 또다시 후회하고, 한심하다며  자존감을 깎아내렸다. 악순환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어느 순간 갑자기 한심하다고 느꼈는지  순간을 모르겠다. 열심히 살아왔고, 앞으로도 열심히 살고 싶다는 열망이 강한 사람이 바로 나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서 스스로가 한심해질지 모르겠다. 납득하기도, 설명하기도 어려운 감정이다. 무엇으로  감정을 눌러야 할지도 감이  잡힌다.

그냥 하루하루를 계획하고 살면서 예기치 못한 기쁨도 누리고, 한심함도 누려야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 기대해보면서 받아들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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